2nd Archive :: '도서 소개' 카테고리의 글 목록

작가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국적 : 스웨덴

번역 : 이은선

출판 : 다산책방

출간 : 원작 2016년 - 번역 2018년

 

페이지수 : 565(번역판 기준)

원서 : Björnstad

 

 

책소개

 

조그만 하키타운인 베어타운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하키에 관한 스포츠소설이 아닌 작고 다소 고립된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정극이다.

책의 첫머리와 표지소개에 서술된 것처럼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담은 책이다. 상당한 두께가 말해주듯 작은 스포츠타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라고 운을 띄웠을 때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가 담겨있다(어쩌면 그 이상). 전개는 충실하게 묘사되어 있고, 처음에 무겁게 시작함에도 중간에 하키경기의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작은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구성이 좋다. 결말도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학부모(특히 야구나 축구, 골프 등의 유소년 종목을 하는 자녀를 가진)라면 꼭! 한 번 읽어주었으면 하는 추천도서이다. 단순히 하키를 하는 학생들을 통한 생존경쟁의 두려움만을 그린 것이 아닌, 결과적으로 선수가 되지 못했을 때의 어려움을 부모세대를 통해서 같이 그려내고 있다. 이외에도 양육방식에 대한 의문제기도 도와주는 훌륭한 도서이다.

 

 

저술 시기 및 배경

 

이 책은 작가가 겪은 1980~현대의 스웨덴에 대한 배경을 아는 것이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된다.

스웨덴은 기본적으로 북유럽 복지국가라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한동안 많이 퍼졌던 평등주의에 대해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힘을 쏟았던 국가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친난민 정책으로 수많은 무슬림이 정착한 유럽국가 중 하나이다. 

스웨덴은 부모에게서 유독 빨리 독립하는 나라로 유명하다(19세정도). 무상교육이 뒷받침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동성혼이 합법화된 국가로, 설문에서는 99%가 찬성한다고 한다. 북유럽 국가다보니 아이스하키가 우리나라의 야구와 비슷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각각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적을 수 있겠지만 위 내용정도만 알고 읽어도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 속의 문장

 

|···종교때문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둥, 총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둥, 다 똑같은 개소리잖아!|

 

|증오는 매우 자극적인 감정일 수 있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친구와 적, 우리와 그들, 선과 악으로 나누면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훨씬 덜 무서워할 수 있다. 한 집단을 똘똘 뭉치게 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어렵다. 요구사항이 많다. 증오는 간단하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 자신과 똑같은 부류에 둘러써여 자신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부류하고만 대화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다. 뭐든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은 도덕 강의를 더 쉽게 늘어놓을 수 있는 법이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토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리뷰에도 다소 간의 책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개략적 줄거리 : 

 

베어타운이라는 조그마한 시골마을은 하키타운이다. 그 곳의 여흥과 관심사는 대부분 하키에 있다. 이는 청소년팀과 성인팀을 가리지 않는다.

케빈이라는 기록적인 유망주의 활약으로 시골구석의 베어타운 청소년팀은 대회의 준결승을 앞두고 있었다. 이 시골마을의 팀이 준결승까지 오른데에는 케빈과 벤이, 보보, 뤼트 등의 핵심 선수들이 이탈하지 않고 어릴 때부터 같이 손발을 맞추며 자라게한 다비드 코치와, 이 마을 출신의 전직 NHL 선수 페테르 단장, 이 둘의 스승인 수네의 10여년 간의 공이 들어간 결과다.

얼핏 청소년들의 기적적인 스토리로 보이는 뒷면에는 청소년팀의 활약을 통해 낙후된 마을에 각종 인프라를 유치하고자 하는 후원자들의 계산속이 있다.

케빈은 뛰어난 선수이지만, 그는 하키단의 막대한 후원자인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인생 플랜'을 통해 철저하게 키워졌다. 부모보다는 절친이자 하키단 동료인 벤이에게 더 의존한다.

사실 하키단은 케빈과 벤이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대단한 실력들이 아니다. 따라서 준결승의 승부도 만만치 않을 것을 다비드 코치는 알고 있다. 전체적으로 속도가 떨어지는 팀을 걱정하는 그의 앞에 난민 출신의 아맛이라는 소년을 수네가 알려주고 그를 선수단에 넣게 된다.

준결승에서 베어타운 하키팀은 극적으로 이기고 아맛도 활약하게 된다. 마을은 축제분위기에 휩싸이고, 후원자들은 우승까지 바라보게 되고, 이에 따른 하키 아카데미 유치 등 수많은 기대를 가지게 된다.

준결승의 승리 후 케빈은 집에서 몰래 파티를 연다. 엄격하게 자란 그만의 유희였다. 여기서 케빈은 페테르 단장의 딸(마야)과 관계를 가지려하지만, 마야는 거부하고 결국 성폭행을 저지른다. 이를 아맛은 목격하게 된다.

마야는 괴로워하다가 절친인 아나와의 대화 끝에 케빈을 신고하고, 케빈은 결승전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경찰에 잡혀간다. 결승에서 베어타운 하키팀은 벤이의 리더쉽과 아맛, 필리프 등이 활약으로 선전을 펼치지만 끝내 1점차로 패배한다.

결승전 승리에 많은 것이 걸려있던 베어타운 하키팀의 후원자들은 이에 좌절하고 마야와 그녀의 가족들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쭉 케빈과 함께자란 하키팀 일부 멤버들은 마야의 집에 테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벤이와 아맛, 지역 술집 사장 라모나 그리고 마야의 부모님 등의 행동은 마야와 그 부모를 원망하던 사람들의 반성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성폭행 사건 자체는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분된다.

책의 초반에 나오는 숲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이야기는 엔딩 부분에서 의문이 풀린다. 하지만 여기서는 적지 않겠다.

 

 

 ̄ ̄ ̄ ̄ ̄ ̄ ̄ ̄ ̄ ̄ ̄ ̄ ̄ ̄ ̄ ̄

 

리뷰 : 

 

이 책은 매우 불편한 여러가지 주제들을 페이지 수만큼이나 많이 담고 있다. 청소년 성범죄, 동성애, 난민, 마녀사냥, 지역쇠퇴 등등.

위에서 서술한 개략적 줄거리는 정말 책의 수많은 주제 중 메인 흐름만 적은 내용으로 실제로는 각 인물들의 수많은 갈등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웨덴은 심하다 할 정도의 좋은 이미지를 가진 나라이나, 이 책에서는 사람사는 곳이라면 보편적인 문제점들은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다. 친화적인 난민 수용정책, 동성혼 합법, 개방적인 성문화 등을 가지고도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말이다.

특히 이 책에서 잘 묘사된 부분은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묘사와 정황묘사이다. 세세한 의식의 흐름도 묘사하고, 그러한 생각들이 딱히 여성이어야, 성폭행 사건을 겪어야 드는 생각이 아니라 누구나 힘든 일을 겪을 때 할 수 있는 생각을 서술하여 포괄적인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스포츠 선수인 동성애자의 갈등과, 프로가 되지 못한 운동선수들의 취업과 생활 등은 한국에서 아이를 스포츠 선수로써 키우는 부모라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 매우 많다. 내가 소설 속의 이 부모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내 아이가 결국 이러한 길을 걷게되는건 아닌지 등 던져볼만한 질문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워킹맘으로서의 고충과 자녀와의 대화를 고민하는 부모를 묘사한 부분에서 자신이 실천하지 못하는 수많은 부분들을 찾아내리라 생각한다.

책 속의 문장에 서술한바처럼 인간자체보다는 타성적으로 수단을 탓하는 세태 또한 잘 묘사했다(총이 전쟁을 일으킨다, 종교가 전쟁을 일으킨다). 한국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퍼거슨이 말한 'SNS는 인생낭비'도 그저 도구를 비난한 생각없는 문장이다. 무엇이든 사용자가 문제를 쥐고 있다(SNS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다른 것으로도 언제든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주제를 던지지만 각 주제에 대해 모두 답을 하고 있지는 않다. 개인에게 넘기는 부분도 있고, 은유적으로 답하는 부분도 있다. 물론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렇다면 너무 엄청난 작품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항상 나쁜 부모를 묘사할 때 인용되는, 시험에서 단 한 문제를 틀린 아이에게 '그 하나는 왜 틀렸니?'라고 말하는 대사 부분은 그리 공감하지 못했다.

물론 격려없이 오로지 틀린 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나쁜 부모겠지만(책에서 묘사된), 학업에서 저러한 피드백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온갖 매체에서 저 대사가 악 그자체인거 마냥 묘사되는 것은 아쉽다(물론 요즘엔 다 학원에 그 역할을 맡기니 부모는 좋은 소리만 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이외에도 일부 낭만적인 시골마을의 '정'같은 묘사나(물론 단점도 많이 말했지만), 딱봐도 작가와 반대의견만 말하는 캐릭터들은 마치 이것은 작가 생각이 아니에요!라고 외치는 느낌마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책 속의 문장에 적은 '자신과 똑같은 부류에 둘러써여 자신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부류하고만 대화하며..' 이 대사에 격하게 공감했는데, 가끔 우리 주변에는 같은 정치성향 혹은 같은종교를 가진 사람하고만 만나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완벽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나의 생각, 나의 환경도 결코 완벽한 것이 아니기에 다른 생각과 이야기도 들어보며 자신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 그게 힘들다면 이런 민감한 이슈를 던지는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절대, 극단적으로 어떤 쪽이 옳다거나 어떤 쪽을 옹호하는 책이 아니라 그냥 다양한 문제가 소개된 소설이다. 넓은 사고를 위해 추천할만한 도서이다.

 

 

참고

 

- 스웨덴의 역설적인 부분을 그려낸 작품이지만 그냥 한 편의 드라마 스토리 정도이다. 극심한 사회 문제 제기까지는 아니다.

- 번역에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번역은 생각보다 점잖(?)고, 일부 단어는 번역 시기에 비해 한국에서 철지난 단어로 되어있어서 약간 느낌이 이상했다. 

'도서 소개 > 소설(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의 무게 (Il peso della farfalla)  (0) 2018.07.07
이방인 (L'Étranger)  (0) 2018.06.09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0) 2018.05.24
Posted by Regin
,

작가 : M. C. 비턴(Marion Chesney)

국적 : 스코틀랜드
번역 : 전행선
출판 : 현대문학
출간 : 원작 1987년 - 번역 2016년

페이지수 : 328
원서 : Death of a CAD




책소개


붉은 머리가 매력적인 스코틀랜드 시골 순경의 활약상 그 2탄이다! 초편처럼 크게 무거운 내용의 사건(살인사건이긴 하지만)이라기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 코난의 사이드 플롯들처럼 가벼운 옴니버스에 가깝다. 물론, 어쩌면 진짜 메인 스토리라고 할수도 있는 주인공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미묘한 썸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적당히 전개된다.

가볍고 부담없는 추리/사건물을 찾는다면 정말 훌륭한 연작 시리즈이다.



책 속의 문장


|물론 가끔 어떤 사람을 만나면 다시 인생의 봄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해요. 그렇지만 영원한건 없더라고요······ 돈을 제외하면요.


제 생각에 여자들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토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프리실라는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와 약혼하여 로흐두로 돌아와 부모님, 지인들과 함께 파티를 연다. 다소 급진적으로 진행된 이야기이기에 약혼에 대한 그녀의 확신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은 좁은 사교계 내에서 자주 마주친 사람들이기에 자연스레 불편한 관계를 가진 사람들도 덩달아 모이게 된다. 그 중 바틀릿 대위는 잘생긴 외모와 여성 편력으로 인해, 이 파티에서 그와 과거가 있던 여성을 3명이나 만나게 된다. 여성 편력뿐만 아니라 그의 다소 무신경한 성격은 파티에 참가한 모든 이와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과거는 크게 개의치 않고, 파티에 참가한 폼프렛과의 뇌조 사냥 내기를 통하여 돈을 벌 궁리를 한다. 


한편, 프리실라의 약혼으로 풀이 죽은 우리의 주인공 해미시 맥베스는 프리실라에 의해 파티에 초청되고 우여곡절 끝에 참석한다. 그는 이 파티에서 바틀릿 대위를 중심으로 하는 미묘한 기류를 읽는다.


섬세한 면이 없는 무뢰한(CAD)은 결국 사냥내기를 한 아침, 야외 철조망에서 총기오발 사고로 보이는 형태로 사망한다.


발생한 사망 사건으로 인해 블레어 경감은 다시 로흐두로 오게되고, 그도 아주 쉽게 총기 오발 사고라고 얘기한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해미시는 찝찝한 마음에 독자적으로 수사를 한다.


(중략)



 ̄ ̄ ̄ ̄ ̄ ̄ ̄ ̄ ̄ ̄ ̄ ̄ ̄ ̄ ̄ ̄


물론 내용에 큰 반전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고, 책의 두께상 이야기가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수사물이니 만큼 너무 과한 줄거리는 전개는 지양했다.


사실 이번에는 작가의 고민이 살짝 묻어난 느낌이었다. 어설프게 직감으로 밀어붙이는 수사물을 갈지, 아니면 최소한의 증거(설득력 혹은 현실성)를 보일 수 있게 할지 고민한 것 같다. 만약 기막힌 추리소설을 기대한다면 본 시리즈는 다소 부족하다.


하지만 1편의 리뷰에서 말했듯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사건 외의 이야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도 당연히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이야기가 한 기둥을 이룬다. 1편에서 쉽게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 캐릭터(앨리스)를 통하여 한 군상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프리실라를 통하여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혼'을 하는 여성의 심리적 묘사를 하였다.


물론 매편마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대화나 직접적 심리 묘사를 통하여 어떤 사랑 혹은 감정적 시절을 묘사하는 것은 특정 인물을 타겟으로 하여 자주 나온다. 이런 것들은 그녀(작가)가 직접 겪었던 시절이나 주변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듯 자세하게 묘사된다.


이번 편의 프리실라는 만난지 1달도 안된 사람과 약혼하여 중간에 끊임없이 확신와 불안을 오가고, 파혼하고 싶어진 상황에서조차 부모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하여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해미시를 보며 또다른 삶에 대한 생각을 한다. 물론 이런 묘사들은 결국 그러한 것은 답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작가가 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반면에 또다른 등장인물인 비라를 통하여 소위 '사람보다 돈을 사랑한다'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 또한 얼핏 지나간다.


이러한 뿌리 깊은 낭만을 부수는 이야기들이 넘치는 세상(실제 세상과 소설 모두)에서 해미시는 여자들은 낭만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자조한다. 돈없고, 야망도 없는 해미시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을 바라보는 또다른 재미이다.



참고


-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으란 속담처럼 빠른 시리즈 발간을 위해서인지 번역가를 최소 2명은 두는 듯하다. 아주 드문 경우는 아닌데, 편집자 덕분인지 번역가가 달라도 문체나 느낌이 거의 다르지 않다.

'도서 소개 > 추리, 수사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험담꾼의 죽음 (Death of a gossip)  (0) 2018.05.11
Posted by Regin
,

작가 : 카도노 코우헤이(上遠野浩平)

국적 : 일본
번역 : 김지현
출판 : 대원씨아이
출간 : 원작 1998년 - 번역 2002년

페이지수 : 256
원서 : ブギーポップ・リターンズVSイマジネーター (Part 2)




책소개


1권 전체와 2권에서 약간 유지하던 '동일 사건의 인물별 시점 서술'을 3권부터는 포기했다. 장기 시리즈에서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 잘된 선택이다.

언제나 첫작품 이후 2번째가 힘들다는 느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리 어떤 반응을 예상한듯한 작품 속 캐릭터의 대사와, 이에 맞물리는 애매한 결론의 연속 등을 제외한다면 그런대로 읽을만한 속편이다.

어차피 시리즈는 상승하강이 있고, 나름 연관성을 찾는 재미가 있으니 이에 의의를 두는 것이 좋다.



책 속의 문장


|전부터 해보고 싶었지... 하지만 다른 녀석들에 대한 증오가 너무 강해서 할 수가 없었어. 녀석들이 편안히 잘만 살아가고 있는데 나 혼자만 그렇게 하는 건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았거든.


이 세상에 확고한 진실 따위는 없는 것처럼 완전한 거짓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포일링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사람들의 세뇌하여 자신이 원하는대로 조종할 수 있는 스푸키 E는 아스카이 진을 찾던 키누카와 코토에를 우연히 발견하곤 세뇌하여 이용한다. 그 무렵 부기팝을 유인하기 위해 이용하던 마사키를 처리할 계획을 세운다.


코토에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그녀에게 의뢰를 받았던 스에마 카즈코는 혼란스러움에 빠진 와중 아스카이 진과의 대면을 통하여 사건의 윤곽을 알아챈다.


진실을 말해주지 못하는 오리하타 아야와 떨어지게 된 마사키는 홀로 부기팝 흉내를 계속 내다가 자신을 처리하기 위해 온 세뇌된 코토에 일당과 마주치게 된다. 나기의 도움으로 마사키는 위기를 벗어나고, 마사키 처리에 실패 후 달아나던 세뇌된 코토에는 아스카이 진을 만나 세뇌에서 벗어난다.


한편 착실히 계획을 진행시켜 나가던 아스카이 진은 폐허가 된 페이즐리 파크에서 자신의 수단이 될 스푸키 E와 오리하타 아야를 만나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결여를 메우려는 아스카이 진(와 이미지네이터)은 통화기구를 이용하려 한다.


모든 주요인물들이 제각기 다른 단서를 통해 페이즐리 파크로 모이게 되고, 부기팝 역시 페이즐리 파크에서 아스카이 진에게 세뇌된 이들에게 둘러쌓여 위기에 빠진 마사키를 구해주면서 모습을 드러낸다.


(중략)


 ̄ ̄ ̄ ̄ ̄ ̄ ̄ ̄ ̄ ̄ ̄ ̄ ̄ ̄ ̄ ̄


1권과 2권에서 보여주던 '동일 사건에 대한 인물별 시점 서술'을 포기했다. 사실 장기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같은 방식은 어지간히 잘 구성하지 않는 이상 혹은 구성을 잘하더라도 진부하다 비판받기 쉽기에 시리즈 물에서 계속 고집할 순 없었을 것이다.


이미지네이터는 작가의 세계관에서 나름 확고한 기준을 가지는 캐릭터가 된다. 작가가 구상했던 특정한 존재에 대한 형상화이다. 물론 이 파트 1, 2에선 굉장히 모호하게 그려져 있다. 아마 작가 스스로도 확실한 이미지를 이때는 가지고 있지 않았을 수 있다.


이미지네이터 파트 1, 2 이야기의 동인은 에반게리온의 '결여'와 동일하다. 이는 일본 사회에 마음의 결여라는 것이 생각보다 크게 자리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해당 주제는 괜찮게 풀어냈다면 더 좋았겠지만 결말 부분에서 다소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재밌는건 본인도 그렇게 느낀건지 끝무렵 결말에 대한 해석은 각자라는 식의 문장을 넣어놨다.


여전히 다소 어거지 느낌의 등장인물 별명, 공허하기만한 키리마 세이이치의 구절이나 용두사미 느낌의 결말 등의 느낌이 강하지만 이건 이 나름대로 시리즈와 작가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해서 나름의 재미가 있다.



참고


- 이후 시리즈의 챕터 일부와 나이트워치 2권에서 이미지네이터가 다시 등장한다. 특히 나이트 워치에서는 이미지네이터 파트 1, 2의 부기팝을 향한 이미지네이터의 대사가 묘하게 크로스오버되는 느낌을 준다.

Posted by Regin
,

본 도서리뷰는 책의 내용에 관한 일방적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저자 : 곤도 마코토(近藤誠)

국적 : 일본

번역 : 이근아
출판 : 더난출판
출간 : 원작 2012년 - 번역 2013년

페이지수 : 238
원서 : 醫者に殺されない47の心得 醫療と藥を遠ざけて,元氣に,長生きする方法


책소개


놀라운 통찰과, 동시에 논리적 비약으로 인한 오류를 함께 담고 있는 건강의학서이다.

자신의 주종목인 암에 관련해서는 수많은 임상적 경험을 통한 내용과 이를 통한 솔직하고도 객관적인 이야기로 참고할만하지만, 이외의 내용에서는 지나치게 비약적인 서술도 눈에 띈다. 한국어판 추천사에서도 솔직하게 책의 단점을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된 병원을 다소 떨어져서 바라보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서적이다.

또한 자신의 독서 능력을 보는 한 잣대로서도 괜찮다고 본다. 어떤 부분에서 논리적 비약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사전정보없이 살펴보는 것도 좋다.



책의 특징


1. 암에 관한 치료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아주 솔직하게 서술되어 있고, 치료보다는 Well-Dying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2. 거의 모든 챕터에서 의학상식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임상 실험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레퍼런스가 부족하고, 아예 대놓고 자신의 생각이라고 서술한 부분도 상당하다.



핵심 주장 및 체크


1. 암 검진과 수술을 함부로 받지 마라.

암의 조기 검진율은 높아지지만 이것이 암에 의한 사망율 감소에는 영향을 못주고 있고, 일반검진으로 발견될 정도의 시점에는 이미 손쓸 도리없이 늦는다는 의미로 기술돼있다. 상당히 공감할만한 부분으로, 검진에서 발견되는 용종 혹은 양성 종양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 그것이 정말 암이라면 이미 더 작을 때 전이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섣부른 예방적 수술에 있는데, 안젤리나 졸리의 예방 차원의 유방 절제나 가족성 대장용종 의심으로 대장 절제술을 받는 경우는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데 실효성(안젤리나 졸리의 수술은 큰 실효는 없다)에서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고, 초기 오진율이 10%대인 암검진에서 섣부른 장기의 절제는 삶의 질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민해볼만한 요소이다.


2. 잘못된 건강 상식에서 벗어나라(면역 요법 등).

→ 암은 자가세포의 변형이다. 면역력이란 외부 침투 세포에 대항하는 부분이라 암과는 무관하다. 자가면역질환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것이라 되려 면역력이 떨어지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 주장은 옳은 주장이다.


3. 암 치료는 고통만 가중시킬 뿐 수명 연장에는 효과가 없다.

→ 알려진 병들의 90%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대부분은 대증요법(증상에 대처. ex:종양의 크기에 따라 통증이 유발되므로 방사선이나 수술로 종양을 축소 혹은 제거)으로 처리된다. 이러한 치료나 수술이 실제 수명 연장에 큰 개선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사실이긴 하다. 저자도 많진 않지만 추적 연구 사례를 소개했으니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에서 찾아보자.


4. 독감 예방접종은 필요없다.

→ 독감 예방접종이 유행한다는게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문이다. 책에서 소개된대로 홍역처럼 바이러스 구조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아닌 이상 백신의 개발은 효과가 떨어진다. 종류도 다양하고 구조도 쉽게 바뀌는 감기바이러스들처럼 독감도 유사하다. 아마 백신을 맞고도 독감을 걸렸다는 사람을 많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서는 마치 2가지 종류 중 한쪽이 걸린것처럼 설명한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A형 독감접종을 맞고도 A형 독감에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A형 바이러스 유형만해도 100종이 넘는다). 따라서 다소 극단적일수는 있으나 굳이 맞고나서 부작용이 있다면 불확실한 백신은 맞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일리있다.


5.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는 낮출 필요가 없다.

→ 사실 기존 연구를 무시하는 내용에 가까우나, 콜레스테롤의 경우 심장질환 지표에서 삭제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많은 새로운 사실이 최근 발표되었다. 물론 저자는 이 지표를 조절(혹은 조작)함으로써 수많은 고혈압, 비만 환자를 양성할 수 있기에 제약회사와 관계있고, 또 단순히 적당히 살집있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엄청난 논리적 비약이다) 정도로 정리했다. 부차적으로 생활개선과 이에 의해 발생되는 스트레스로 인한 해가 더 크다 정도로만 주장하고 있다(역시 임상 실험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임상 실험은 유의해서 해석해야한다).

이와 별도로 추천사에서도 밝힐만큼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나 심혈관 질환과 밀접하다 알려졌으나 음식으로 흡수되는 것은 30%정도라서 콜레스테롤보다는 트랜스 지방이나 포화 지방을 줄이는 것이 더 핵심이라 주장하는 결과가 있다. 물론 그동안 축적된 연구결과들도 있기에 무조건 어떤 주장이 옳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도서의 문제점


1. 레퍼런스 부족

어떤 주장들은 특정 임상 실험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 분명한데, 문제는 어떤 사실에 대해 단 하나의 결과로만 설명하는 부분도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임상 실험들은 변수를 단순화하기에(성인 남성, 생활습관 개선시 수명 향상 여부와 같은 실험) 개인이 가진 내력을 일반화시킬 수 밖에 없다. 이런 임상 실험에서 개인이 가지는 특성(유전, 성격 등)은 무시된다.


2. 주장에 대한 설명이 부족

예로들어 혈당치를 낮추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혈당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는 주로 부작용과 관련된 서술이긴 하나 호르메시스 원리(긍정과 부정적 효과가 상존할 때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긍정적 효과가 크다면 이용하는게 좋다는 개념)를 무시하고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3. 주장과 근거가 맞지 않는 서술이 존재

본문 중 1일 1식을 하면 수명이 늘어날까?라는 부분에서 원숭이들의 칼로리 섭취 제한를 예로 들었는데, 완전 엉터리 예시이다. 1일 1식과 기존 섭취 칼로리량에서 20% 감소 연구가 어떻게 같은 것인가? 과학적 사실을 떠나서 전제가 틀렸다.

덧붙여 이 대목에서 3끼 먹는게 좋고, 살집있는게 낫다 이런 말까지 있는데 아무런 근거도 없다. 3끼를 먹게된 역사는 길지 않을 뿐더러 현대의 수명 증가도 영유아 사망률 개선과 일부 질병 극복 등에 있는 것이지 식사를 몇끼 먹고의 문제가 아니다. 

덧붙여 미토콘드리아의 휴식은 수명과 관계있긴하다. 하지만 고등생물의 수명을 한가지 요소만으로 늘릴 수 있다는 생각 또한 순진하다. 노화연구센터에서 23년간 실시한 원숭이 칼로리 제한 연구는 단순히 1가지 요소(섭취 칼로리 20% 감소)로 수명을 증가시키지 못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


4. 논리 전개의 문제

챕터 중 염분이 부족하면 병에 걸리기 쉽다라는 부분이 있다. 나트륨은 세포구성의 한 축이므로 당연하다. 매우 당연한 이치긴 하지만, 짜게 먹는게 문제없다는 것은 비약이다. 좀 더 제대로 된 논리를 펼칠 생각이였다면 염분을 먹는 만큼 수분이나 칼륨의 섭취량을 고려해야 한다로 갔어야한다.

단순히 염분 섭취가 적으면 빨리 죽는다는 연구결과들은 사실 굶으면 죽는다 수준의 연구이다.


5. 데이터 해석의 문제

보충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 내용이 있는데, 이 역시 반만 맞는 정도의 얘기이고 예시 또한 부적절하다. 실망스러운건 추천사에서도 이부분에 동의한 내용이다.

첫번째로 핀란드 쇼크(베타카로틴을 섭취했더니 폐암발병률이 올랐다)는 사실이다. 1985년 진행한 이 연구는 예상과 상반된 결과로 핀란드 쇼크라 한다. 이후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도 동일하다.

하지만 단순히 이 결과를 보고 보충제 무용론까지 가기에는 데이터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제 비타민 A'가 폐암발병률을 높이는데, 어떻게 다른 비타민군이나 영양소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지 말이다. 애초에 비타민 A는 과량 섭취시 독성이 있다.

보충제가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당연히 식습관에 따라 다르다), 결론 도출에 문제가 있는 서술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일만한 본문 내용

- 개인적인 판단 부분임을 감안하여 읽어주십시오.


일부 내용의 오류가 있어 오류 위주로 서술했다. 최근 다소 과격한 주장의 건강의학서들이 많기에 사람들이 가려읽길 바라는 마음에서 문제점 위주로 리뷰하였다. 하지만 이 책은 괄목할만한 부분도 많다.


1. Well-Dying

책 전반에 걸쳐 웰다잉에 관한 언급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앞집에 아저씨가 암에 걸린 뒤 3개월 정도 남았다는 얘기를 듣고 1년을 견뎠다며 나에게 말을 건넨적이 있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한 걸음 옮기는데 지팡이가 없이는 불가능했고, 몇분이상 걷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 일이 있은 뒤 얼마 안있어 돌아가셨다. 틀림없이 엄청난 수술과 치료비가 들어갔을테지만 내눈에 그 분의 모습은 암을 극복한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아파트 밖을 벗어난 적도 드물었을 것이다. 치료라는 명목으로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바닥에 가까운 삶의 질, 이 책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2. 과잉 진료

일본은 한국보다 의료보험 체계가 잘되어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못지않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과잉진료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고령분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정 연령이상은 3천원이면 진료를 볼 수 있기에 산책삼아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박리다매할 수 밖에 없는 의사들의 현실과 맞물려 과잉 진료를 낳기 좋은 환경이다.

의학에 무조건적인 의존보다는 책에서의 주장대로 생활 속에서의 건강개선 방법을 찾아본다는 것이 의미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3. 잘못된 건강상식

물론 해당 파트에서 예시가 좀 엉망이긴한데, 의도 자체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데, 어릴 적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민간요법을 추천받은 적이 수도 없이 많다. 과잉 진료는 경계하되, 근거없는 민간요법은 더더욱 위험하다. 인터넷에서의 정보도 충분히 더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저자도 인터넷의 활용을 적극 추천한다. 잘만쓴다면 당연히 좋지 않겠는가).



도서 리뷰 


언제나 건강의학서를 리뷰하는 것은 힘들다. 대개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흔하기도 하고(그런 편이 잘 팔리지만), 의료쪽에서는 임상 실험이 많은데, 많은 책들이 실험 조건을 기술하지 않기에 일일이 찾아봐야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건강의학서는 과학적으로는 어떨지라도 경험적 내용이 가득한 도서이기에 이 또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서도 철학적인 요소가 많다. 마치 어니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처럼 죽음을 수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통계가 어떤 숫자를 보여주더라도 우리는 언제어디서든 최후를 맞을 수 있다. 자신을 생활과 나아가서는 그 이후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도서이다.

'도서 소개 > 건강, 의학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랜트 패러독스 (Plant Paradox)  (0) 2018.07.01
Posted by Regin
,

작가 : 카도노 코우헤이(上遠野浩平)

국적 : 일본
번역 : 김지현
출판 : 대원씨아이
출간 : 원작 1998년 - 번역 2002년

페이지수 : 239
원서 : ブギーポップ・リターンズVSイマジネーター (Part 1)




책소개


작가의 대표적 장편시리즈가 된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의 속편이다. 1권과 유사하게 전개가 인물별 시점으로 진행되지만, 구성이나 이야기 흐름을 위해 1권처럼 타이트하게 인물마다 각 파트에서 끊어지게 서술하진 않았다. 여전히 시간의 흐름은 왔다갔다하기에 사건의 시점을 고려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물론 이런 구성을 귀찮게 생각할 수 있지만 비단 한 작품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시리즈가 시간축이 왔다갔다 하므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재미가 있는 시리즈이다. 

또한 작가의 사변적 철학이 여러 형태로 작품 내에 표현되어 있다.



책 속의 문장


|죽어라 용써서 기껏 대학에 들어가고 나니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 망연자실해하는 사람도 많거든. 지금까지 공부만 해왔기 때문에 달리 뭘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는 거야. 별 수 없이 공무원 시험이라던가 그런 걸 목표로 삼아 자기 장래를 의미도 없이 좁혀 버리곤 하지.


어째서 어둠을 두려워 하는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앞이 캄캄'한 것일 진대.


어른들은 말이지 그럴 때 무책임하게 '불안정한 건 한 때 뿐이다. 금방 안정을 찾게 된다'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그렇게 간단하게 되지 않는 법이거든, 역시.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포일링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사람의 마음에 '결여'를 꽃의 형태로 볼 수 있는 학원강사인 아스카이 진은 아르바이트의 하나로 진로 상담도 한다. 꽃이 없다면 열정의 결여, 잎이 없다면 정감이나 타인과의 연대의 결여, 뿌리가 없다면 확신이나 자신의 결여 등으로, 이를 토대로 그 부분을 채워주는 대화를 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큰 평가를 얻는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 임을 아는 아스카이 진은 그의 행위가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안다. 이런 아스카이 진 앞에 이미지네이터로써의 미나호시 스이코가 나타난다.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인 그녀는 아스카이 진에게 부족한 '사명'을 쥐어준다.


한편 나기의 동생인 마사키는 학교에서의 트러블을 계기로 오리하타 아야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뭔가 비밀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많은 그녀에게 점차 끌리면서 연인 관계가 된다.


이미지네이터를 만난 뒤 급변한 아스카이 진을 보고 고민하는 그의 사촌 여동생은 학우인 스에마 카즈코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이 와중에 통화기구가 합성인간인 스푸키 E를 시작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각종 사건과 얽히는 모습을 그려 나간다.



 ̄ ̄ ̄ ̄ ̄ ̄ ̄ ̄ ̄ ̄ ̄ ̄ ̄ ̄ ̄ ̄


처음 읽었을 때와 2번째 읽었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른 작품이었다. 물론 파트2인 3권의 내용을 알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처음엔 작중 오리하타 아야라는 캐릭터의 대사는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어색한 느낌을 풍긴다. 마치 짜깁기로 만든 옷마냥 대사가 너무 어색하다. 물론 번역의 문제가 아닌 원 대사 자체가 그러하다. 하지만 모든 사정이 명확해지고 난 뒤, 다시 접한 그녀의 대사들은 어느 정도 어색함에 대한 설명을 붙여주었다.


본격적으로 데뷔한 작가의 초기작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작품과 작가의 철학을 서술한 부분인 키리마 세이이치의 글귀들이 매우 대표적이다. 쉽게 공감하기 힘든(물론 공감 받을 필요는 없지만) 문구들의 챕터의 처음에 내세워 뭔가 작품과 궤를 나타내는 듯 하지만 딱히 그렇지도 않다.


1권에서 잘 구성되어 있던 인물별 시점 서술 방식도 되려 덜 치밀해져서(물론 그러한 방식에 얽매이지 않길 원해서 일부러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시간축만 더 헷갈린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서술 방식을 재미있어 하지만 단순히 산만하다 느낄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작품이 아주 다운그레이드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래 첫 임팩트보다 더욱 커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오히려 작품 내 메세지나 현실 고찰은 더욱 깊어졌다.


아스카이 진을 통하여 평소 작가가 사람들에게 느꼈을 부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키리마 세이이치의 문구나, 스에마 카즈코를 통하여 그의 깊은 현실 고찰을 엿볼 수 있다. 특히나 이미지네이터라는 캐릭터는 한 번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답이 나온다는 것이 흥미롭다.


일본 작품임에도 한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는 부분은 '사람'으로서의 가질 수 밖에 없는 고민들을 반추하게 한다.


다소 구성과 대화문에서 어색함이 없진 않지만 작가의 세계관이 확장되는 시점에 있는 작품으로 이후에도 끊임없이 캐릭터들이 상호작용하면서 향후 출연하기도 하므로 기억해두면 시리즈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참고


- 1권보다 흥미도 자체는 덜할 수 있으나, 컨셉적인 측면은 여전히 신선함이 살아있다. 이후 시리즈나 다른 작품과도 연계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잘 기억해둔다면 좋은 파트이다.


- 이 시리즈는 표지의 작가 소개가 매번 바뀐다. 개인적으로 표지를 버리는 성향이 있어 뒤늦게 알았지만, 나름 성의를 들여 쓰는듯 하다.


- 약간 부자연스러운 직역식 문장이 있는 편이다. 의성어 부분도 정직한 히라가나식 번역을 우선 하였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작품의 이해에는 큰 문제는 없으며, 역자 후기는 작가 후기의 느낌마냥 재밌기도 하고, 후기에서 권하는대로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든다면 작가가 소개하는 음악들을 접해봐도 좋을 듯 하다.

Posted by Regin
,

작가 : 에리 데 루카(De Luca, Erri)

국적 : 이탈리아
번역 : 이현경
출판 : 바다출판사
출간 : 원작 2011년 - 번역 2015년

페이지수 : 144
원서 : I pesci non chiudono gli occhi




책소개


10살 무렵의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이다. 한 계절의, 한 만남이 어떻게 평생 간직되는가를 섬세한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던 시절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 책은 당신을 그 순간으로 데려다줄지 모른다.



책 속의 문장


|밤이면 책에 쌓인 먼지가 꿈 속으로 들어왔다.


잉크가 흩어지지 않게 산들바람처럼 살살. 적당한 입김에 글자들이 반짝반짝 흔들렸다. 마치 눈물과 꺼져 가는 불꽃처럼.


|나비의 계절이 아니었어. 그런데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묘지 근방을 날아다니다가 내 무릎에 내려앉았어. 아빠가 손을 얹었던 곳이지.


|지금은 그 풋사랑 속에 그 후에 이어질 모든 사랑이 담겨 있다는 걸 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대신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토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여름을 맞이한 소년은 바닷가에서 엄마와 함께 휴가를 왔다. 소년은 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말수도 별로 없고,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것보다는 아버지가 쌓아둔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종종 섬의 어부들을 따라 배를 타기도 한다.


하루 일과로 소년은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다가, 옆 집의 소녀도 책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소년과 소녀는 종종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소년의 아버지는 그의 어머니의 고국인 미국으로 일자리와 생활을 찾아 떠났다. 그 곳에서 자주 편지를 보냈는데, 전쟁 직후 황폐한 이탈리아에서와 달리 즐겁고 유쾌해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언젠부턴가 다른 3명의 소년이 소녀를 좋아하고, 그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알게 된다.


어른들을 쭉 관찰하며, 분석해온 소년은 하루 빨리 성장하고 싶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다. 자신의 몸이 일종의 껍질이라 생각한다. 3명의 괴롭힘이 심해질 무렵, 한 번은 어부의 도움으로 벗어나지만 자신의 성장에 대한 강박은 소년을 자발적으로 그 3명에게 향하게 한다. 심하게 얻어맞고 병원 신세를 지게 되지만 소년은 후회하지 않는다.


작은 시골에서 이루어진 일은 너무나 간단하게 3명의 소년을 붙잡히게 한다. 하지만 자신이 원해서 맞았던 소년은 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이에 소녀는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납득하지 못한다.


한편, 미국으로 건너간 소년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하고, 소년과 부인에게 미국으로 넘어오라는 편지를 한다. 이에, 소년의 엄마는 당황스러워 하며,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한다. 소년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고, 소년의 엄마는 결국 건너가지 않겠다는 답을 한다.


소녀는 갑자기 3명의 소년과 가깝게 지낸다. 사정을 설명해두었지만, 정작 소년은 상황에 적당히 납득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소녀가 소년에게 특정 시각에 샤워실에 숨어있으라고 요구한다. 거기서 소녀는 3명의 소년 중 먼저 떨어져 나간 1명을 제외한 두 소년에게 서로 비명을 내면 진다는 조건으로 싸우게 한다. 결국 둘은 서로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다.


소녀는 소년에게 키스하고 정의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년은 그런 정의를 이해하지 못한다.


소녀가 떠나기 전 마지막 날밤 소년과 소녀는 긴 키스를 한다. 소년은 어른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고, 좋아하지 않았던 '사랑한다'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된다.



 ̄ ̄ ̄ ̄ ̄ ̄ ̄ ̄ ̄ ̄ ̄ ̄ ̄ ̄ ̄ ̄


줄거리에선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위주로 서술하였지만, 책에선 60살의 작가가 50년 전을 회상하는 식이라 종종 자신의 현재나 혹은 다른 나이대의 이야기가 잠깐잠깐 섞여 있다. 다소 헷갈리는 부분도 있으나, 소년 시절 생각과 삶의 궤적이 잘 일치시키는 역할을 한다.


소년은 어른들을 보며,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소년의 부모를 통하여 만족되지 못하는 사랑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소년은 소녀를 만나 사랑한다라는 단어를 쓸 수 있게 된다.


소년의 첫사랑은 마치 마지막 사랑이었던 것처럼 묘사되면서, 책 속의 문장에서처럼 이후의 모든 만남의 사랑은 이 풋사랑 속에 다 녹아있던 것이라 얘기한다.


껍질을 깨야한다고 집요한 강박을 느끼던 소년과 자신만의 확고한 정의를 가지고 있었던 소녀의 만남은 벌써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무엇에도 물들지 않은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 순간을 보여준다.


그 순간에 두 아이의 풋풋한 사랑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헤집는 마력이 있어 읽는 이에게 아쉬웠던 순간을 돌이키게 한다.


책은 페이지 수에서 보듯 길지 않다. 가볍게 읽어볼만한 길이와 주제를 가지고 있다. 책에 생각보다 미문(아름다운 문장)이 많은데, 번역서에서는 드문일이다. 억지로 화려하게 보이려한 번역이 아님에도 표현자체가 아름다운 문장이 많았다. 최근 수년간 한국에서 무리하게 욱여넣는 미문주의식 작품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있다.


이런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단어를 풀이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소년의 모습은 작가적 시각이 강하다.


사랑은 과대평가 되었다는 소년의 주장처럼 수많은 영화나 책의 묘사마냥 세상을 구원할 기적에 가까운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대개 결혼을 앞두고 사랑만으로는 결혼할 수 없다고 외치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랑이 기적이라면, 어른이 되었음을 빙자하여 다른 조건을 현미경으로 살피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사랑은 감성만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작품은 다신 한 번 쯤 자신의 사랑관을 돌아보게 만든다.



참고


-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중간중간 다른 나이대에서의 이야기는 거의 작가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자전적 소설의 느낌도 강하다.


- 나비의 무게처럼 작가가 직접 한국어판 서문을 달아줬다. 사실, 서문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 한국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는 듯 하다. ㅎㅎ;


- 개인적으로 모르는 단어의 주석을 뒤로 몰아 달아두는 방식은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라 생각해서, 바로바로 해당 페이지 혹은 단어 옆에 간략하게 주석을 단 본 작품은 적절했다. 작품 해설은 분석보다는 내용을 따라간다. 의외로 감성적으로 적혀있어서 작품과 연결되는 느낌이라 좋았다.

'도서 소개 > 성장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금술사 (Alchemist)  (0) 2018.05.14
Posted by Regin
,

작가 : 에리 데 루카(De Luca, Erri)

국적 : 이탈리아
번역 : 윤병언
출판 : 문예중앙
출간 : 원작 2009년 - 번역 2012년

페이지수 : 156
원서 : Il peso della farfalla



 

책소개


산 속에서 살아가는 밀렵꾼과 산양을 주제로 한 이야기이다.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자연의 순환 안에서 대립과, 동시에 무척이나 닮은 삶을 사는 밀렵꾼과 산양왕의 겨울로 접어드는 무렵의 이야기이다.

 

 

책 속의 문장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기껏해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정도다.

 

 

완벽한 날이었다. 더 이상은 아들 중 하나를 때려눕힐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죽기 위해서 겨울이 오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무언인가에 도움이 되는 유일한 앎은 현재를 아는 것뿐이었다. 인간은 현재에 사는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번에는 나비를 쫓아버릴 수가 없었다.

 

|나비의 무게가 그의 텅 빈 한 줌의 심장 위로 떨어졌던 것이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토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산양왕은 어릴 적 부모를 사냥꾼에게 잃고 떠돈다. 그의 누이도 독수리에게 잃고, 홀로 떠돌다가 한무리를 찾아가 결투에서 승리하고 우두머리가 된다.
남자는 폭풍과도 같던 젊은 시절을 보내고, 어릴 적 지내던 곳으로 돌아와 사냥으로 생활하며 지낸다. 60에 가까운 남자는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9월부터 자신의 몸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겨울의 초입인 11월에 그는 산양왕의 마지막 계절이 될 것을 예상하고, 산양왕을 잡고자 한다. 그리고 여름부터 끈질기게 '최후의 밀렵꾼'에 대해 취재하고자 한 여기자 또한 자신의 오두막에서 만나기로 한다.

 

산양왕은 자신의 마지막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최후를 맞이하려고 한다.

 

사냥꾼은 올 겨울의 마지막 사냥을 하고자 산에 오른다. 적당한 곳에 위치한 채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든다.

 

산양왕은 자신의 부모의 원수인 사냥꾼을 발견한다. 가볍게 소리를 내어 사냥꾼이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 뒤 사냥꾼을 향해 뛰어오른다. 하지만 사냥꾼을 짖밟지 않고 도약하여 건너뛰면서 절벽아래로 사뿐히 내려온다. 모든 산양들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산양왕은 완벽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돌연 다시 절벽을 오른다.

 

산양왕의 기습에 당황했던 사냥꾼은 산양왕이 다시 절벽을 오르자 총을 쏘아 맞춘다. 갑자기 그는 자신을 살려준 산양왕을 죽인 것에 크나큰 후회를 한다.

쓰러진 산양왕의 시체가 파먹히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사냥꾼은 산양왕을 짊어지고 만년설원으로 향한다. 도중에 나비가 살포시 산양왕에게 내려앉는다. 사냥꾼은 더이상 나비를 쫓아낼 수가 없었다.

 

 ̄ ̄ ̄ ̄ ̄ ̄ ̄ ̄ ̄ ̄ ̄ ̄ ̄ ̄ ̄ ̄

 

페이지수는 짧지만 이야기는 밀도있게 진행된다. 책읽기 습관을 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중편 소설을 추천한다.

 

등장인물은 실질적으로  산양왕과 사냥꾼 뿐이다. 각각 자연과 인간을 대표하는 둘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들의 세계에서 외톨이이자 외골수인 둘은, 각자 배신의 흔적인 복부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삶의 무게를 다루는 모습에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나타난다. 산양왕과 사냥꾼의 대결에서 결국 자연 속의 사람일 수 밖에 없음을 묘사한다. 항상 인본주의적인 관점이 많은 서구권에서 드문 소설이다.

 

서문에 작가가 직접 밝히듯 작중에 나오는 나비는 삶의 무게를 의미한다. 작가의 삶에 대한 고찰을 엿볼 수 있는 이 표현은, 우리가 그토록 고뇌하고 치열하게 산다고 여기는 삶에 대하여 나비 한마리의 무게로 표현한다. 우리의 삶이 그처럼 가벼운 것이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어떤 순간엔 그 무엇보다 무거운 무게임을 묘사한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슬픈 사실은 사냥꾼과 산양왕은 그들의 경험을 끝끝내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마지막 산양왕을 쓰러뜨린 사냥꾼은 드디어 여기자에게 무슨 이야기(아마도 자연과 삶에 대한)를 들려줄지 결정하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어쩌면 외골수에 어울리는 최후일지 모르겠다.

 

우리의 삶 속에서 쉽사리 볼 수 없지만, 틀림없이 어딘가 존재하는 한 삶의 형태를 담담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참고

 

- 작가는 성경 번역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품 중간에 종교적 색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간혹 이런 부분이 조금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는데(심지어 연금술사마저 종교적 거부감을 가진 사람에게 경고해야 하지 않냐는 글도 봤다), 작품을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보는 것보다는 문화적 관점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 작가가 직접 한국어판 서문을 달아줬다. 에리 데 루카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뒤늦게 데뷔한 늦깎이 작가이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국민작가로 불린다고 한다.

 

- 등반가이기도 한 에리 데 루카의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소설과 별개로 뒤에 등반 중 보았던 것에 대한 이야기가 에세이식으로 적혀있다. 해설 또한 작품의 감성을 따라 잘 적혀있다.

'도서 소개 > 소설(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어타운 (Beartown)  (0) 2022.01.03
이방인 (L'Étranger)  (0) 2018.06.09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0) 2018.05.24
Posted by Regin
,

작가 : 필립 K. 딕(Dick, Philip K.)

국적 : 미국
번역 : 박중서
출판 : 폴라북스
출간 : 원작 1968년 - 번역 2013년

페이지수 : 412
원서 :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책소개


1960년 경에 바라봤던 미래 과학기술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라는 주제를 통하여 인간상을 고찰한 SF 소설이다. 리들리 스콧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영화보다 더 많은 인간군상을 담아 표현하고 있다. 영화가 때문이 아니라도 그 자체로 읽어 볼만한 고전 SF소설이다.

 

 

저술 시기 및 배경


본 서는 아직 많은 것이 상상으로만 있을 1960년대의 과학적 시각에서 저술되었다. 따라서 여전히 개발되지 않은 호버카(공중부양 자동차)와 안드로이드에 비해 다소 간단해 보이는 안드로이드 검사법이나 통신기술이 나타나 있다. 시기에 따른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책 속의 문장

 

|위신 때문이지. 우리도 더 이상 전기양으로 버틸 수는 없어.

 

 

어디로 가든지 자네는 잘못을 행할 수 밖에 없을 걸세. 그것이야말로 삶의 기본적인 조건이니까. 즉 자네는 자신의 정체성에 위배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은 언젠가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는거야······.

 

|안드로이드도 꿈을 꾸나?

 

|자기가 하는 말의 실제 의미에 대한 정서적 자각도 없고, 감정적 분별력도 없지. 오로지 개별 용어에 대한 공허하고, 형식적이고, 지적인 정의뿐이야.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줄거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릭 데커드는 경찰서 소속 현상금 사냥꾼이다. 여기서 현상금 사냥꾼은 범죄자를 잡는게 아니라 지구로 잠입한 안드로이드를 퇴역(제거)시키는 일을 한다. 그는아내 아이랜과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기분조절장치에 의존하여 이어나가고 있다.
화성에서 침입해온 새로운 기종의 안드로이드에 의해 선임 현상금 사냥꾼이 부상입었기 때문에 그의 임무를 맡게 된다. 위험한 일임에도 데커드는 현상금으로 전기양을 대신하여 진짜 동물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부푼다.
새로운 기종의 안드로이드에 기존의 보이트-캠프 검사법으로 감별이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로즌 조합으로 가고 데커드는는 레이첼 로즌이라는 여성을 만난다. 엘든 로즌의 가족으로 소개된 그녀에게 검사법을 실시하고, 몇가지 우여곡절을 겪지만 안드로이드임을 밝혀낸다.
한편, 전기 동물들을 수리하는 곳에서 일하는 특수인(지능이 낮은)인 이지도어는 자신 혼자만 머무는 아파트에 다른 입주민이 들어왔음을 알고 방문하는데, 탈주한 안드로이드 중 하나인 프리스였다. 하지만 이지도어는 그녀가 안드로이드임을 바로 알지 못한다.

 

데커드는 폴로코프라는 안드로이드를 겨우 제거하고, 루바 루프트를 퇴역시키기 위해 검사를 실시하지만 안드로이드들이 꾸민 함정에 빠져 가짜 경찰서로 연행된다. 거기서 또다른 현상금 사냥꾼인 필 레시를 만나 탈출하고 위치가 알려졌던 안드로이드들은 모두 퇴역시키는데 성공한다.

 

데커드는 받은 현상금으로 검은 염소 한마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안드로이드들을 퇴역시키면서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서라 되뇌인다. 부인이 아이랜도 기뻐하면서 맞이한다. 그는 휴식을 취하려하지만 경찰서에서 나머지 3명의 앤디들의 위치가 확인됐다며 데커드에게 마무리 짓기를 요구한다.

 

더이상 할 수 없다는 기분을 느끼던 데커드는 필 레시의 조언에 따라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제안을 했던 레이첼을 불러 호텔에서 잠자리를 가진다. 그 후 그의 여성형 안드로이드를 향한 감정이입 문제는 더욱 커져 퇴역시키는 일이 힘들거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레이첼을 같은 방식(앤디를 퇴역시키는데 죄책감을 심음)으로 현상금 사냥꾼들을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실토한다.

 

분노에 가득찬 데커드는 레이첼을 내버려두고 이지도어의 아파트에 프리스와 합류해 있는 안드로이드들을 퇴역시키러 간다.

 

이지도어는 우연히 야생을 거미를 발견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들이 다리가 왜이리 많지?라고 생각하면 거미의 다리를 자르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안드로이드임을 알아챈다. 비록 알게된 후에도 그들을 도우지만, 데커드가 도착했을 때 앤디들의 요구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그저 뒤늦은 철학적 물음만 데커드에게 묻는다.

 

데커드는 레이첼과 같은 기종의 프리스를 겨우 퇴역시키고, 나머지 2명의 안드로이드도 퇴역시키는데 성공한다.

 

모든 일은 마친 데커드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겨우 샀던 검은 염소가 레이첼에 의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덤덤하게 다시 집을 떠나고, 모든것에 지쳐 자살하려고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윌버 머서(책 배경상 종교 지도자)와의 융합을 느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책은 끝마친다.

 

 

 ̄ ̄ ̄ ̄ ̄ ̄ ̄ ̄ ̄ ̄ ̄ ̄ ̄ ̄ ̄ ̄

 

이 작품은 SF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핵심 주제이다.

 

책 속 안드로이드라는 단어를 공상과학적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비인간적인(감정이입에 문제가 있는) 인간을 표현하기 위한 표현이다. 책 속의 문장 중 '자기가 하는 말의 실제 의미에 대한 정서적 자각도 없고, 감정적 분별력도 없지. 오로지 개별 용어에 대한 공허하고, 형식적이고, 지적인 정의뿐이야.'는 안드로이드(감정적 결여가 있는 인간)를 향해 하는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이분법적인 형태의 이야기라면 진부한 얘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구분과 갈등

 

윌버 머서(종교)와 버스터 프렌들리(과학)의 구도

 

진짜 동물(사치품)을 향한 사람들의 집착

 

등을 통하여 인간의 다양한 사회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동물 이야기로는 황폐화된 지구에서조차 사치품(동물)을 가짜(전기동물)를 구해서라도 키우는 행세를 해야하는 모습을 통해 위신과 체면에 얽매이는 인간을 묘사한다.

 

줄거리에선 생략했지만 거의 온종일(1년 내내) 방송을 하는 안드로이드 버스터 프렌들리와 특수인도 할 수 있는(그렇지만 안드로이드는 불가능한) 감정이입을 통하여 만나는 윌버 머서의 대립 구도를 통하여, 뭐든지 밝혀서 설명하고자 하는 과학과 비교적 사실 자체는 초라한 종교의 모습을 묘사한다.

 

책은 진실한 인간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에 발견한 두꺼비가 가짜임에도 아끼고 키우려는 모습과, 사실이 탄로났음에도 머서교의 진리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는 대목에서 결국 과학에 앞서 인간성을 강조한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인간성을 감정이입(동정)을 통하여 설명한다. 이것이 불가능한(안드로이드) 사람들은 기계일 뿐이라고 외치고 있다.



영화와의 비교분석

 

리뷰 부분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책 내용의 극히 일부만 영화화한 것이 블레이드 러너이다. 영화는 책 속에서 짧게 묘사되는 안드로이드들의 이야기를 확대 추가하여 책과는 다르게 인간과의 구분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의 축약이 이루어져 같은 작품이라 볼 부분은 많지 않다. 실제로 리들리 스콧 또한 자신 특유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면서 원작과의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원서에서 안드로이드는 부정적 인간상의 대체 표현이기에 영화와는 시점 자체가 다르다(책에선 단역인 안드로이드 로이를 영화는 거의 전설로 만들었다).  아예 주제의식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저자(필립 K. 딕)와 감독(리들리 스콧)이 각자 말하려 한 것을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이다.

 

책 속의 릭 데커드는 의심할 여지없는 인간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미묘한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사실 리들리 스콧 본인조차도 제대로 컨셉을 잡지 못해서 이리저리 말을 많이 바꿨다. 따라서 영화 관람자들은 그냥 신경 안쓰는게(..) 최선이다.

 

영화는 처음엔 굉장한 혹평에 시달렸다. 이후 점점 평가가 올라가 마스터피스로 불리게 되지만, 문제는 이런 평가와 맞물려 감독 본인의 평가도 왔다갔다(간보기) 했다는게 문제다. 극 중 주인공의 불확실한 컨셉도 이러한데서 유발된 문제다.

 

영화는 사치품(동물)에 대한 집착, 종교와 과학의 대립을 제외한 데커드와 앤디들의 대립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방식은 영화가 산만하게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일 수도 있으나, 후속작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보여준 것처럼 결국 내용이 단순화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해당 후속작은 나름 독립된 세계관으로 잘 진행했고, 대체로 호평받긴 하지만 말이다.

 

 

참고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라는 제목이 바로 어떤 식으로 이해가 간다면 그럴 수도 있으나, 영어 제목 Do Android Dream of Electric Sheep처럼 사실 굉장히 중의적인 표현으로 잘 번역된 제목이다.

- 본 서 자체는 해설에서 밝히고 있듯이, 문단 구분조차 원서와 최대한 유사하게 만든 작품이다. 생략 파트도 없고, 해설도(약간 진부해지긴 하지만) 잘되어 있다. 

Posted by Regin
,

본 도서리뷰는 책의 내용에 관하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저자 : 스티브 R. 건드리(Gundry, Steven R)

국적 : 미국
번역 : 이영래
출판 : 쌤앤파커스
출간 : 원작 2017년 - 번역 2018년

페이지수 : 392
원서 : The Plant Paradox



책소개


식이요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특히 렉틴이라는 단백질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기존 건강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식품(과일, 통곡류 등)들에 대해 렉틴을 논리로 삼아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논리로 삼은 내용들이 불합리하거나 관련 연구가 아주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인 맹신이나 비판보다는 읽는 당사자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소식(小食)하는 생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괜찮은 방안을 포함하고 있는 책이다.



책의 특징


1.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허용 식품과 금지 식품 목록이 프로그램별로 나눠져 있다.


2. 부록에 저자가 주로 먹는 음식들의 레시피와 함께 허용 식품 목록상 재료들의 가공 방법에 대해 상세히 정리되어 있다.



핵심 주장


1. 곡류는 피하고, 과일과 유제품도 선별적으로 먹자.


2. 당 섭취와 동시에 단백질 섭취도 줄여야 한다.


3. 교란물질의 사용을 중단하라(항생제, 소염제, 제산제, 인공감미료 등).


4. 본 도서에서 권장하는 허용 식품과 금지 식품표(렉틴 함량이 높은) 일부(책 속에 더 많은 목록이 있다. 본 표는 축약된 형태이다).


5. 보충제(특히 비타민 D)도 함께 섭취하자.



주요 개념


렉틴 : 당 분자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일컫는다. 이것은 총칭이지 특정 물질을 일컫는 용어는 아니다. 식물이 동물에 대항해 만들어내는 물질 중 하나이다. 글루텐은 가장 유명한 렉틴일 것이다. 통밀이나 현미처럼 도정을 덜할수록 렉틴 함량이 높다. 많은 양을 섭취하면 독성이 있다는 것은 기존 연구들에서 잘 알려져 있다.


호르메시스 : 다량으로라면 몸에 치명적인 물질이 적절한 양이라면 몸에 좋을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 책을 비판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개념인데, 저자도 실제 의사였고, 의학박사인 만큼 이 개념을 책 중간에 설명하고 있다. 저자도 일부 치료 효능이 있는 렉틴을 인정하고 있다.



도서의 논란 포인트


1. 현미보다 백미가 낫다?

본 도서는 기존의 건강을 위해 섭취하는 통곡류와 과일에 대해 경고 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할 것은 곡류는 모든 종류 삼가하라고 돼있다는 것이다(당연히 밀가루도). 분명 현미보다 백미가 낫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곡류 섭취를 하라고 하진 않는다. 이는 프롤로그 앞에 쓰인 감수글이 언론에 와전된 부분이 있다. 곡류 섭취를 아예 권장하지 않는 책이다.


2. 렉틴은 정말 유해한가?

저자도 본문상 항균성 렉틴과 같은 예시를 통해 호르메시스 원리를 말한다. 자신이 제시한 프로그램을 따른 후 식단에 약간 렉틴을 도입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하기에(그러나 부정적으로) 무조건적인 렉틴 금지 도서라고 말하긴 힘들다. 하지만 심각한 질병(암, 자가 면역질환)을 앓은 사람에게는 엄격한 렉틴 제한 레시피를 제시하고 있다.

렉틴의 항암 효과 등의 결과들도 있기에 관련 주장을 하는 쪽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드리라 본다.


3. 한국의 실정에 적합하지 않다. 

미국은 과체중 비만인구가 매우 높은 나라이고, 식습관이 다르기에 렉틴의 섭취량 부분을 직접 비교하기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의문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4. 제시된 품들을 구하기 힘들다.

대안으로 제시된 음식들은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이 비싼 유기농 제품을 강조하고 있어 일반 시민들과는 거리가 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위 건강식에는 다 발생하는 문제이고, 본문에서 허용 식품 목록(흔한 식품도 많다) 중 자신에게 맞는 레시피들을 개발하라고도 돼있어 충분히 괜찮은 자신만의 목록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5. 케토제닉, 팔레오 등 다이어트 법은 틀렸다?

기존 다이어트나 식이요법 등을 언급하며,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 책도 케톤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정하였고, 기존의 내용들을 수정/보완한 버전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일만한 본문 내용

- 개인적인 판단 부분임을 감안하여 읽어주십시오.


보충제의 섭취

- 다이어트 법이나 건강 지식을 알려주는 수많은 책들에서 보충제는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하고 있다. 본 도서 또한 그러하다.

주제에 벗어날 수 있어 길게 적진 않지만 종합비타민제가 암을 유발한다는 건 낭설이다(메타 분석 논문 1편의 데이터 '일부'만 입맛에 맞게 해석한 내용이다). 물론, 과량은 당연히 안좋다. 과량 먹어서 좋은게 대체 어딨는가?

과거의 인간들이 먹던 250종 가까운 식품들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섭취할 수 없을 뿐더러 식량 생산성의 강화로 땅이 함유한 미네랄이나 영양소가 100년 전 땅과는 천지 차이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종합 비타민제를 통한 적당한 보충은 도움이 된다.


과일 섭취 제한

- 최근에는 건강식품이라 믿었던 우유조차도 마시지 말라는 얘기가 흔하다. 게다가 하버드에서도 많은 양은 삼가하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문제는 '당분' 섭취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유당이 문제가 된다면 과당(과일에 함유된)도 결국 당분이기에 무리가 있는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도서 리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내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연구결과나 과학적 논거가 부족한 책은 아니다. 렉틴의 작용에 대해 기존 연구들을 인용하여 초반부터 중반까지 유해성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였다. 논문처럼 문장 말미에 레퍼런스도 표기하였기에 궁금한 부분은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물론 그가 쉽게 설명하기 위해 비약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나 일반화한 내용도 약간 있다.

대다수 의사들은 식이요법에 의한 질병치료에 회의적이다. 본 서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에 의해 개선된 환자사례를 서술함(책을 쓰는 입장에선 지극히 당연하지만)으로써 반발을 사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물론 어떤 방식으로 개선했는지 나오지만 개개인의 내력을 단순화하는 작업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또한 곡류와 과일, 유제품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장했기에 기존 시장의 반발을 불러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분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기에 이 부분에선 책의 내용이 과하다고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간혹 이런 내용의 도서들이 나올 때마다 '아무거나 먹고도 90까지 잘 살았어.'라든지 '스트레스 안받고 먹고 싶은거 먹는게 답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스트레스 받기 싫기에 내뱉는 근거없는 얘기일 뿐이다.

아직도 제3세계에서는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만, 우리나라나 미국, 유럽 같은 곳에서 식량 수급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동안 식량 수급을 올리기 위해 열량이 높은 식품을 각종 살충제와 농약을 사용해 키운건 사실이었다. 이제는 수급율이 높아져 제품의 질을 살피는 시기가 온 것이다.

어떤 산업이든 '공급'이 포화되면 '품질'의 향상에 힘쓰는 단계가 온다. 이러한 연구서들은 그 길목에 있는 것이다. 당연히 어떤 책도 답일 순 없지만, 어떤 책이든 어느 정도 참고 할만한 사항이 있다고 생각한다.

Posted by Regin
,

작가 : 카도노 코우헤이(上遠野浩平)

국적 : 일본
번역 : 구자용
출판 : 소미미디어
출간 : 원작 2000년 - 번역 2013년

페이지수 : 258
원서 : ぼくらは虛空に夜を視る The Night Watch into The Night Yawn




책소개


작가의 사변적 철학이 녹아있는 SF 판타지 라이트 노벨이다. 여유가 생긴 작가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작품의 느낌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도 어색하지 않게 잘 전개한다. 큰 틀에서 SF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동시에 본인의 대표작인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처럼 학교가 주가 되는 일상/비일상 구도의 형식을 어느 정도 차용하였다. 작품 내용의 밀도가 나쁘지 않고, 포함된 일러스트 또한 준수하다. 결정적으로 작가의 다른 작품과의 연관성도 있다. 다만 작품 속 전투씬들에서 세부 묘사가 쉽게 머릿 속으로 그려지는 작품은 아니다.



책 속의 문장


|기계라는 것도 참 곤란한 녀석이라고 생각 안해? 세계를 재현하면 된다니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야. 마치 고통과 공포가 절대 진공 속에만 있다는 듯이. 굉장히 낙천적인 발상이지······.


'어째서 존재 따위가 있는 것일까? 세계는 이렇게 어디까지나 공허한데 존재 따위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자신으로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이 모두 전에도 있었던 일을 따라가는 것뿐이라거나 다른 곳에서 명령받은 일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포일링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인류는 새로운 고향을 찾아 수천년간 우주를 여행하고 있고, 그 와중에 허공아로 지칭되는 외계의 적과 싸움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이 적과 싸우기 위한 메카가 나이트 워치이며, 이를 조종하는 파일럿들을 위하여 프로그램된 인류의 세계를 구성해놓았다.


이야기는 이 가상의 지구에서의 일상생활과 우주에서의 전투가 마치 리모컨의 On/Off처럼 바뀌는 배경을 성정해두고 진행된다. 물론 원래는 이러한 것을 눈치채지 못해야하는 주인공이 세계의 뒷면을 알게되면서 진행된다.


우주에서 싸우는 파일럿의 정신은 전투가 없을 땐 지구(가상)의 인간 정신 속에 들어가 안정을 취하는데, 본체가 죽으면서 안정제 역할을 하던 주인공(쿠도 효고)이 전투와 생활을 병행하게 되고, 지구(가상)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파일럿 입장인 카게세와 가상의 세계(지구)의 관리자인 욘과 접촉하게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부(지구)에도 적이 존재하여 욘을 해치려하고, 이 과정에서 소꿉친구인 사토미도 휘말리며 차츰 세계의 이면을 본다.


한편 우주에서의 싸움에선 허공아가 방어망을 뚫고 침입하여, 시스템(지구)까지 침투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쿠도 효고는 우주에서의 싸움과 지구에서의 싸움 모두 대면하게 된다.


인류의 적인 허공아는 쿠도 효고와 인류에 대한 문답을 한다. 쿠도 효고는 양 세계의 적을 모두 물리치며 책은 마친다.


 ̄ ̄ ̄ ̄ ̄ ̄ ̄ ̄ ̄ ̄ ̄ ̄ ̄ ̄ ̄ ̄


필요없는 등장인물을 과감히 배제하여 주요 인물이 5명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이러한 집중을 통해 각 인물들이 되려 선명히 묘사된다.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에서도 사회나 현상에 대한 고찰을 이따금 내비췄었으나,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 쿠도 효고 외에도 카게세 미사코라는 캐릭터를 통하여 존재 이유에 대한 사유를 말하기도 한다. 틀림없이 작가가 밤하늘 별을 보며 가졌었을 의문들에 대한 고찰도 나타나있다. 이러한 사유들이 납득하기 힘든 방향으로 결론나거나 깨달음을 얻은 것 마냥 그냥 그런 것이다 정도로 넘어가지 않는 것에서 작가의 깊은 사고 정도를 잘 나타낸다.


물론, 일본 라이트 소설 클리셰가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은 있다. 일단 학원물로 시작하는 점이나 한 남자 주인공과 여러 여자 캐릭터를 배치함과 소꿉 친구의 등장 등이다. 심지어 대화 묘사나 일상 묘사에서도 진부한 설정이 있다.


SF 설정은 나름 설정에 공을 들였으나, 부기팝 시리즈에서 합성인간의 능력 묘사만큼이나 쉽게 확 와닿지 않는다. 재출간 후기에서 쿠도 효고를 전투의 천재로 묘사했다곤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단순한 주인공 vs 적 구도에서 이를 잘 부각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연관성 있는 것은 꽤나 매력있는 포인트이다. 특이한 설정과 위에서 말한 작가의 심도깊은 철학적 사유만으로도 개인적으론 큰 만족감이 있었던 책이다.


밤하늘의 어떤 별빛은 이미 사라진 별의 빛이 이제서야 도달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왠지 이러한 사실에서 출발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고


- 2000년도에 출간된 작품을 2012년에 재출간한 작품이다.


- 솔직히 몇몇 문장 번역에 좀 오류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직역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서 좀 놀랐는데, 내용이나 흐름상에 문제가 되거나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다.

Posted by Reg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