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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국적 : 프랑스
번역 : 최헵시바
출판 : 더클래식
출간 : 원작 1942년 - 번역 2012년

페이지수 : 149
원서 : L'Étranger




책소개


자기 스스로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과 자신에 대한 것을 기만하지 않고 솔직히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까? 물론 이 책은 이런 것에 대한 현실적인 답변을 주진 않는다. 관습과 부조리 속에 얽매인 우리에게 많은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책 속의 문장


|엄마의 장례식 날도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으며, 확실한 것은 엄마가 죽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뿐이었다.


옷 위로 드러난 그녀의 어깨를 껴안고 싶었다. 그 얇은 천에 욕망을 느꼈다. 이런 것말고 어떤 것에 희망을 가지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나와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주인공 뫼르소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소설은 그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는 절차와 과정에 피곤함을 느끼는데,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휴가를 내었을 때 짜증을 내던 상사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한다. 장례식 중 어머니의 나이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피곤한 장례식이 모두 끝난 바로 다음날 그는 평소 호감이 있던 마리와 데이트를 하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같은 건물의 살라마노 영감이 아끼던 개가 탈출하고, 그에게 몇가지 조언하고 얘기도 듣게 된다.


친구인 레몽, 연인인 마리와 함께 마송 부부의 별장에서 해수욕을 한다. 그 와중에 레몽이 때렸던 아랍여인의 형제가 그들의 뒤를 쫓아왔음을 알게되고 싸움이 붙는다.


상황이 정리된 이후 이에 지친 뫼르소는 레몽이 쏘지 못하게 뺏었던 권총을 가지고 다시 혼자 산책을 가다가 그 아랍인을 다시 해변에서 만나고, 총을 쏘게 된다.


2부에서는 뫼르소가 체포되고 그가 해왔던 일련의 행동들이 해석의 대상이 된다. 그는 인생에 대한 무가치를 알기에 변호사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물었을 때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한다. 예심판사 앞에서도 그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았기에 호감을 사지 못한다.


재판에서 심지어 검사는 장례식에서 뫼르소가 울지 않고, 담배를 피고, 커피를 마신 것을 가지고 존속살해범과 다를게 없다는 주장을 한다. 변호사는 장례식으로 기속 된 것인지 살인으로 기소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에 검사는 뫼르소가 장례식에서 보인 냉혹함이 어머니를 마음으로 죽인 것과 같다고 말하며 배심원단의 동요를 끌어낸다. 이에 뫼르소를 그저 모든 것이 태양때문이었다고 답함으로서 그의 사형은 확정된다.


형집행 전까지 그는 배속 성직자의 면회를 계속 거부한다. 사제는 별도로 몰래 뫼르소를 찾아와 회개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뫼르소는 자신의 확신(죽음에 대한)에 대한 열변을 사제에게 토한다. 자신과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하며 책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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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하여 거짓을 말하지 않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작중 뫼르소는 타인의 호감을 얻기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연인인 마리가 하는 사랑에 대한 질문에서조차 의례적인 거짓도 말하지 않고, 심지어 변호사와 판사 앞에서조차 자신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그는 사형을 받게 된다.


증인들이 뫼르소에 대해 증언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깊다. 뫼르소와 가까웠던 인물을 모두 그에 대하여 호의적인 발언을 하는데, 이는 단순히 그와 가까웠기에 비호하는 발언이 아니다. 뫼르소가 그들을 솔직하게 대했던만큼 그들도 사실에 대해 말할 뿐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볼 수 있듯, 뫼르소는 관습에 어긋났기에 검사에게 잔혹한 사람으로까지 묘사된다. 얼마나 솔직하지 못한 일일까? 장례식은 매우 무덥고 갑작스러웠다. 부모의 죽음에 눈물을 쏟지못하고 현실적으로 행동하는게 무조건적인 비판의 대상인가? 대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눈물을 쏟냐 안쏟냐가 어떻게 판단의 첫번째 기준이 될 수 있나? 뫼르소가 요구받는 참회는 대체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뫼르소가 무조건적인 옹호의 대상만은 아니다. 이는 그가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뫼르소가 타인들이 얽매이는 위선과 편견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책은 세상의 구태의연한 관습과 부조리함을 비판하는 동시에, 삶 자체는 의미가 없기에 그것을 부정하고자 끊임없이 이유를 만들어내는(대표적으로 작중에서 회개를 강요하던 종교) 것보다는 현재의 삶의 충실한 뫼르소를 비춘다.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비록 의식적으로 행하는게 아닐지라도)은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뛰어난 가치로 보였다. 세상의 편견과 구태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은 카뮈가 말했던 것처럼 성자로 보이기까지 했다.


현대 사회의 관습과 부조리는 언제나처럼 아직도 살아숨쉰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뫼르소의 솔직함을 넘어선 약간의 현실적이지 못한 모습조차 그를 더 지지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항상 무심하다. 뫼르소처럼.



참고


-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카뮈의 대표작이기에 문학수업의 단골로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책의 '해설과 이해'에 대한 얘기가 무척 많은 작품 중 하나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유명 소설과 고전에 해당하는 얘기일 것이다. 소위 책의 '이해'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너무 그것에만 집착하면 진정한 독서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이방인의 주제는 우화소설이나 고대 신화서처럼 꼭 해설이 필수인 것만은 아직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와 같이 적긴했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그냥 판타지이고, 연금술사는 자기계발서고, 노인과 바다가 그냥 노인이 고기낚다가 망한 일기(..)로 읽힌다면 평소 의도를 읽지 못하거나 경험이나 독서량에 맞지 않은 도서를 택한 것이므로 해설을 읽은 뒤 열린 마음으로 읽길 바란다.


- 번역 논란이 심했던 책이다. 물론 이 판본 얘기는 아니고,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본을 내면서 기존 번역자를 비판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논란을 떠나서, 문학을 분석하는 사람에게는 정밀한 번역은 의미있는 이야기이지만, 번역된 수많은 책 대부분이 도서의 전체적 메세지를 정말 크게 뒤바꿀 정도로 오역한 경우는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일전의 논란은 그냥 힘겨운 도서 시장의 노이즈마케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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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국적 : 일본
번역 : 김소영
출판 : 더클래식
출간 : 원작 1948년 - 번역 2013년

페이지수 : 174
원서 : 人間失格




책소개


세상이란 것에 익숙해질 수 없었던 한 사람의 자전적 소설이다. 언젠가 당신이 누군가를 보며, 가졌던 의문에 답해줄지도 모를 작품이다. 삶에 익숙치 않다는 것 혹은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는 것. 그것의 출발점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꼭 가지지 않더라도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한 인간의 파멸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왜?"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자아낸다.



책 속의 문장


|그런데 그렇게 살면서도 용케 자살하지도 않고 미치지도 않고 정치를 논하며 절망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는 생활의 투쟁을 계속해 나가는 걸 보면 전혀 고통스럽지 않은게 아닐까?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되고, 더구나 그게 당연한 것이라 확신한 채 단 한번도 자신을 의심해 본 적이 없는건 아닐까? 그렇다면 속이야 편하겠지. 하긴 어쩌면 인간이란 다 그런 것이고 또 그렇게 사는게 만점짜리 인생 아닐까? ···.


서로 기만하면서도 신기하게 아무도 상처입지 않으며, 그렇게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실로 눈부신,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의 삶에 충만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겉치레나 체면치레에 말할 수 없이 우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기는 세상 사람들 역시 진정한 ‘사랑’의 능력이 있는지 큰 의문이긴 합니다.)


네가 말하는 세상이란 건, 널 말하는거 아니야?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아주 어릴 적 부터 주인공 요조에게 사람들과의 관계는 이해할 수 없는 두려운 것이었다. 앞에서는 입에 발린 소릴하면서 뒤에서는 험담을 하는 그런 기만을 이해할 수 없었고, 상대방의 의사보다는 자신의 의사를 충족시켜서 기뻐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삼시세끼 밥만 먹으면 해결되는 고민이란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그의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학교를 들어가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삶을 그저 연기할 뿐인 그는 호리키를 만나며 많은 변화를 겪는다. 악우인 그를 통하여 술, 담배, 여자 등을 배운다. 그 와중에 만난 쓰네코(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라는 여자를 만나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여자만 죽고 요조는 살아남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넙치라는 인물을 통해서만 가족과 연락하며 갇혀지낸다. 그런 생활 중, 작품에 직설적으로 나와있듯, 위선과 겉치레로 범벅이 된 넙치의 제안(학교를 다시 다니면 생활비를 더 주겠다는 본가에서의 제안)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전혀 엉뚱한 방향의 삶을 살게 된다. 그는 가출했다가 아이가 딸린 여기자의 집에서 기둥서방으로 지내게 된다. 그는 이 생활에서 조금은 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어느날, 자신이 이 모녀를 망치고 있음을 느끼고 몰래 떠난다.


이후 어느 술집 마담의 호의로 얹혀지내다가 근처의 담배가게 아가씨(요시코)에게 반해 마지막으로 삶에 큰 기대를 걸어보며, 두꺼비가 아닌 인간의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뭐랄까, 어긋나버린 삶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어진 것처럼, 요시코는 요조가 사랑한 의심없는 순수함으로 인해 다른 남자에게 범해지고, 요조는 또다시 방황한다. 다시 그는 알콜에 빠지고, 헤어나오기 위해 손댄 약물로 인해 파멸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이후 계절이 지나 그의 아버지가 죽고 형들의 제안으로 외진 곳에서 한 늙은 하녀의 수발을 받으며 지내게 된다


책의 서두에 소개된 노회한 모습으로 변하고, 끝부분에 중간중간 요조의 의지처 중 하나였던 마담은 짧게 그(요조)의 아버지가 나쁜 거에요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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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일관되게 어긋나는 요조의 삶을 묘사한다. 혹자는 요조에게 왜 똑바로 살지 못하냐고 외칠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든다면 왜인가? 어릴 때 술, 담배, 여자에 빠져서? 나이를 먹고도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해서? 알콜 중독자가 되어버려서?


하지만 책에서는 일관되게 어떤 것을 묘사하고 있다. 바로 위선이다. 사람들의 끊임없는 위선. 왜 요조는 소위 말하는 옆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가? 혹은 왜 한 곳에 정착하질 못했는가?


요조는 어릴 때부터 끊임없는 사람들의 위선과 가식을 봐왔다. 순수한 그에게는 그것들은 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의 가장 가까운 가족들로부터 왔고, 대다수의 사람들에게서 느껴졌다.


그런 가운데 청소년기부터 만난 호리키는 술, 담배, 여자 등을 알게 해준 작중 유일한  친구다. 요조는 처음을 제외하면 그를 호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이 호리키라는 인물에 대해 묘한 점을 알 수 있다. 유일하게 요조에게 직설적으로 자신 생각을 다 내뱉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좋은 인물을 아니었지만 그는 가식적이진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도 신뢰관계를 가질 수는 없었다.


요조를 무엇보다 힘들게 했던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람들의 위선과 가식이었다. 누구와도 신뢰감 있는 관계를 갖지 못하고 그래서 그는 끝까지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버린다.


책 속의 문장에 적은 문장들에서 그의 사람에 대한 인식을 옅볼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인 이 소설은 실제 그의 삶(아버지에 대한 감정, 동반자살, 약물 중독, 정신병원 입원) 전반의 사건을 다 포함하고 있다.


제목 인간실격이 말하는 것은 세상의 위선과 잔혹, 가식, 편견을 가질 수 없었던 그가 필연히 만날수 밖에 없었던 말일 것이다.



참고


- 다자이 오사무는 실제로 5번의 자살 시도를 하였고, 첫번째 자살 시도는 책에서처럼 학생시절에 시도하였다. 4번째 자살 시도 실패 후 10년가량 문제없이 지내는 듯 보였지만 인간 실격을 탈고 후 5번째 자살에서 생을 마감한다.


- 본 번역판은 일본어식 문장도 거의 없고,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다. 유일한 아쉬움은 작품 해설이 너무 까다롭게 적힌 정도랄까? 가격대비 훌륭한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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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국적 : 미국
번역 : 베스트트랜스
출판 : 더클래식
출간 : 원작 1952년 - 번역 2012년

페이지수 : 164
원서 : The Old Man and the Sea




책소개


출간 연도를 고려한다면 아주 오래되었다고 하기 힘듬에도 사람들이 주저없이 고전이라 부르며, 퓰리처상과 노벨상을 수상했듯이 구태여 미사여구가 필요없는 책이다. 하지만 절대 내용이 화려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 늙은 어부의 며칠간 이야기일 뿐이다. 나날의 삶에서 비애와 괴로움을 느끼는 모두에게 건네는 이야기이다.



책 속의 문장


|지금까지 수천 번이나 그것을 증명했지만, 지금 와서는 그게 다 무의미한 것 같았다. 그래서 노인은 지금 또다시 새롭게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증명은 늘 처음 하는일 같았고, 그럴 때 과거의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은 훌륭한 새나 짐승과 비교할 바가 못 돼.


|나는 죄가 뭔지 잘 모르겠고 또 그런게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확실하지가 않아.


|···. 하지만 지난밤에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뱉었는데 마치 가슴께 어디가 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산티아고라는 한 늙은 어부가 84일이나 고기를 잡지 못했다. 그는 근근히 살아가는 늙은 어부일 뿐이고, 그를 챙겨주는건 동네 꼬마 아이 하나 밖에 없다.


85일째 되는 날, 어부는 평소 가보던 곳보다 좀 더 멀리까지 나간다. 새들을 보면서 고기들이 몰리는 위치를 파악하고 쫓는다. 다랑어 한마리를 잡고, 이후 그는 입질이 온 쪽을 살피다 거대한 녀석이 걸렸음을 알아챈다. 


미끼에 물린 거대한 청새치는 노인의 배보다 컸다. 노인은 수일 밤낮을 여기저기 상처 입으며 거대한 물고기와 씨름한다. 하지만 결국 힘이 다한 청새치는 마지막 순간 노인의 배 위를 점프하여 건너뛰고 죽는다.


수백킬로그램의 청새치를 배 옆에 묶고 항구로 돌아가지만, 가는 길에 피냄새를 맡고 몰려온 수많은 상어에게 청새치는 살점을 다 뜯어 먹히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채 항구에 도착한다.


도착한 노인은 너무나도 지쳐 한참을 잠들었다 깬다.


이야기는 위와 같이, 아니 그보다 더 짧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2 ~ 3줄로 요약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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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사자의 꿈을 꾼다. 언제부턴가 다른 꿈은 거의 꾸지 않고 사자꿈만 꾼다. 노인은 사자를 좋아했다. 노인은 야구도 좋아했다. 책 속 에서 그는 끊임없이 위대한 디마지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인은 자신을 챙겨주는 마놀린이라는 꼬마도 좋아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큰 물고기를 잡았지만 혼자서는 이렇게 큰 청새치를 잡은건 처음이었다. 어부로써 그는 끊임없이 증명해왔지만 또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에게 잡은 청새치를 거의 모두 잃고, 실질적으로 그에게 남은건 없었다.


우리의 삶은 어부 산티아고와 같다. 우리는 매일 나름의 치열한 삶을 산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나름대로의 힘들고 거대한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결과만 보면 남은게 없어보인다. 어부의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청새치처럼 무언가 남았지만 원래 내가 보았던 그것은 없다.


노벨상 수상 때 스웨덴 한림원은 폭력과 죽음으로 가득한 현실세계에서 의로운 투쟁을 전개한 모든 사람에게 의당한 존경심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문체가 간결하고, 내용도 화려하지 않고 꼬지도 않았다. 순수하게 산티아고의 의식과 투쟁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조명했다. 그는 매우 자주 그 꼬마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로 되뇌이고, 디마지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실질적인 생각외엔 모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인간의 외로움과 투쟁을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최대한 크게 표현했다.


많은 책들은 수많은 배경과 인물과 설정을 쏟아넣는다. 일정 부분은 다 그럴 것이다. 그에 반해 노인과 바다는 매우 현실적인 어부의 일상을 썼다(실제 이야기의 모토도 헤밍웨이가 봤던 한 늙은 어부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큰 반향을 준 것은 우리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투쟁에 산티아고의 모습을 겹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쯤 산티아고는 가슴께 어디가 깨진거 같다고 한다. 이 책은 헤밍웨이가 발표한 마지막 작품이다.



참고


- 발표된지 1년만에 퓰리처상을 받고, 2년만에 노벨상을 받았다.


- 베스트트랜스에서 한국어 느낌에 맞게 번역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가독성은 그 어느 판본보다 괜찮다. 하지만 다른 번역본을 읽은 상태에서 읽게되면, 다른 책이라 생각될 만한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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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

국적 : 스페인
번역 : 최정수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원작 1987년 - 번역 2001년

페이지수 : 278
원서 : The Alchemist




책소개


그 어떤 자기계발서나 동기부여 도서도 전달하지 못하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그런 책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꾸 되새기고, 말하고, 소개하는 그런 책이다. 수백, 수천건에 달하는 연금술사 소개를 볼 수 있고, 전세계적으로 2천만부도 넘게 팔렸다. 만약 당신이 거부감을 거두고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어쩌면 이 책은 당신이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줄지도 모른다. 한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 속의 문장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거지.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게 바로 세상이지.


···. 이미 십년 전에 시작할 수 있었을 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어. 하지만 난 이 일을 위해 이십년을 기다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해.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이 책은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을 이루어가는 동화과 같은 이야기이다. 물론 냉소가 만연한 시대에 이젠 이런 이야기에 코웃음 칠지도 모르지만 부디 열린 마음으로 보면 좋겠다.


산티아고는 반복된 꿈을 꾸고 난 뒤 점술가를 찾아간다. 거기서 보물을 찾게될 꿈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후 자아의 신화를 이루려는 자들의 길잡이인 멜키세덱을 만난다.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산티아고는 그저 모직가게 주인의 딸과 미래도 생각해보는 흔한 꿈을 꾼다. 하지만 멜키세덱을 만나고 산티아고는 양들을 팔고 바다를 건넌다. 거기서 그는 가진 돈을 도둑맞고 다시 여행을 위한 여비 마련을 위해 크리스탈 상점에서 일을 하게 된다. 가게는 번성하지만 산티아고는 꿈을 잃은듯 보이고, 가게주인은 놀랍게도 가게의 번성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보통은 어떤 과정에 크게 부딪히면 이 때의 산티아고와 같이 행동한다. 돈을 모아쥐고, 자신이 친숙한 곳으로 돌아가려한다. 여기서 크리스탈 상점 주인은 가게의 번성과 자신이 꿈꾸던 메카순례에 관해 산티아고에게 들려준다. 이후 산티아고는 다시한번 여정을 떠나고, 한 영국인을 만나고 행렬에 섞여 사막을 건넌다. 그 와중 자신이 찾던 사랑을 만나고 다시 한번 주춤거린다. 그러나 그는 연금술사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피라미드로의 여정을 떠난다. 또다시 중간에 습격을 받고 돈도 잃는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 그는 결국 해낸다.


미풍에 실려오는 연인의 사랑을 느끼며 책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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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언급되는 보물은 진짜 보물이라기 보단 자아신화의 실현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그가 결국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줄거리는 곁가지이다. 우리는 자아신화를 이루어내는 산티아고가 아니다. 우리는 모직가게 주인의 딸이며, 먹이와 잘 곳만 있으면 안심하는 산티아고의 양들이고, 한때 모험을 꿈꿨지만 자식을 통해서 밖에 꿈을 이룰수 없는 산티아고의 아버지이며, 손에 들어온 돈을 잃은 순간에 매몰돼 과거를 생각치 못하는 산티아고이며, 성공의 두려움을 안고 사는 크리스탈 상점의 주인이다.


산티아고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물을 통해서 우리가 꿈을 포기하는 수많은 단계와 이유를 빠짐없이 보여준다. 


이 책이 전세계에서 이토록 사랑받은 이유는 우리는 산티아고가 아니지만, 그처럼 될수 있을거라고 마음을 뒤흔들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인생도서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책 한권에 어찌 사람이 바뀌겠는가?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지만 그 중 산티아고와 같은 자아의 신화를 살게된 사람이 5명이나 되면 많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냉소를 거둘수 있다면, 자신 마음속에 남아있는 속삭임이 아직 들린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참고


- 이 책은 어느정도 파울로 코엘료의 경험이 담겨있다. 그가 양치기였다는 얘기가 아니라 작가 후기에 나와있듯이 그도 연금술을 연구했었다. 어쩌면 그는 책 속의 영국인일지도 모르겠다.


- 오래되고 여러가지 판본이 나왔던만큼 번역이 매우 훌륭하다.


- 이 책은 전직대통령 중 한 분도 매우 좋아하셨던 모양인데, 책 속에 자주 나오는 대사인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멘트를 많이 인용하셨다(..). 그 전직대통령의 행보가 좋지 않았기에 해당 전직대통령을 조롱하는 멘트로 곧잘 인용되곤 하는데, 연금술사라는 훌륭한 책에 있어 가슴아픈 일이라 생각한다. 

Posted by Re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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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카도노 코우헤이(上遠野浩平)

국적 : 일본
번역 : 김지현
출판 : 대원씨아이
출간 : 원작 1998년 - 번역 2002년

페이지수 : 273
원서 : ブギ-ポップは笑わない




책소개


라이트 노벨들 중 아주 유명한 시리즈로 판타지물이다. 전격게임소설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전개가 인물별 시점으로 진행되며, 시간의 흐름이 왔다갔다하면서 사건의 단편단편을 묘사한다. 이러한 전개의 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재밌는 서술 기법이며, 지금은 흔해졌지만 일상과 비일상의 교차를 통하여 작품 전반에 이질감을 불러 일으킨다.



책 속의 문장


|여하튼 서점에서 찾아보니 여기도 잔뜩 저기도 잔뜩, 심지어 그런 정신병이 코너까지 따로 있어, 이 세상은 충분히 미쳐있는게 아닐까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정의는 반드시 최후엔 이길지도 모르지만, 평범한 인간인 우리가 최후까지 살아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인물별 시점 전개 방식이기에 전체적인 내용은 읽고나서 짜맞추어야 그림이 온전히 보이는 서술 방식이다. 그래서 다시 읽을 때도 재밌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다.


서술시기를 고려하면(1998) 상당히 선구자적인 작품으로 지금은 널리고 널린 "일상의 종말을 고한다."라는 느낌의 일상/비일상 구도를 취하고 있다. 갑자기 여자친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부기팝과 사람을 먹는 만티코어, 그 원본인 에코즈까지.


한 쪽으로 비중이 치우치지 않고 일상/비일상 각각의 주제와 이야기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과 이에 일탈을 하는 무리들을 통해 일상적인 조명을 하고 있고, 사건의 중심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만티코어를 사랑하게 되는 마사미라는 캐릭터와 그 사건을 쫓는 인물과 부기팝을 통하여 좀 더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지만 누구나 학창시절의 후회를 남기기 마련이다. 그 시절의 부조리함도 뒤늦게 보이기 마련이고, 뭔가 그런 일상에서 끌어내줄 몽환적인 생각도 하는 그런 시절이다. 이후 길게 이어질 이 작품은 이러한 느낌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간혹 이러한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적 작품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종종 있지만 사회적 문제부터 윤리적 개념까지 광범위하게 나름의 해석과 묘사를 한 수작이다.



참고


- 내용도 견실하며, 이러한 주제나 형식의 책을 자주 접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매우 괜찮은 작품이다. 물론 시리즈 물이 대개 그러하듯, 이후 시리즈까지 전부 추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 일러스트가 들어간 북커버를 제공하는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주의라 떼버렸는데, 떼면 사진처럼 휑한 표지가 된다. 라이트 노벨답게 책 내부에도 일러스트가 있다.


- 일본 도서는 어순 덕분에 대체로 번역이 크게 이상한 작품이 드물지만(현대물의 경우), 본 작품은 일본어식 문장이 꽤 있는 편이다. 아주 이상하진 않지만 되새기다보면 보이는 그런 케이스. 전반적으로 문제는 없다.

Posted by Re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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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M. C. 비턴(Marion Chesney)

국적 : 스코틀랜드
번역 : 지여울
출판 : 현대문학
출간 : 원작 1985년 - 번역 2016년

페이지수 : 265
원서 : Death of a gossip





책소개


살짝 가벼운 느낌의 수사물로, 셜록 홈즈와 같은 추리수사물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완벽하게 짜인 추리와 꼼짝못하는 증거는 없지만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더 인간적이고 편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사건의 비중만큼 인간 본성의 단면을 작중 인물을 통해 반영하는 것이 본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이다. 독서가 어렵거나 부담없는 책을 원한다면 이보다 좋은 시리즈는 없다.



책 속의 문장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러미가 살인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을 잊고 앨리스가 속삭였다. "당신, 나를 사랑해요?"

"그럼, 그럼."


···. 아이고, 이 아가씨야, 상처받은 것은 당신의 자존심입니다. 마음이 아니에요. 한 어리석은 여자가 살인 사건으로 기소를 당했어요.이 모든 게 그 빌어먹을 속물근성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책소개에서 언급했듯이 시리즈 전반이 잘 짜맞혀진 그런 소설은 아니다. 만약 기존 셜록홈즈류 추리물에 공감을 못하거나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면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는 편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험담꾼의 죽음은 낚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에 휴가로 보내러 온 인물들 중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어 불편하게 만드는 여자(레이디 제인)가 끼어들어 들쑤시고 다니다가 살해당하고, 이후 이를 풀어가는 일반적인 수사물 형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의 시작답게 우리의 주인공은 상당히 뒤늦게 무대 중앙에서 활약한다. 그리고 이후 시리즈에서 계속 전개될 그가 사랑하는 프리실라와의 사이드 스토리가 중간중간 끼어있고, 용의자들 중 한 명을 통해 인간 본성을 조명하는 스토리가 수사전개만큼이나 메인으로 진행된다.

수사의 진행은 실질적으로 아주 정교하게 진행되지도 않고 약간의 힌트와 어지러운 사실들을 늘어놓는 전형적인 추리물의 패턴을 가진다. 하지만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의 매력은 인간 본성을 작중인물을 통해 비추는 2번째 이야기인데, 험담꾼의 죽음에선 비서로 일하는 젊은 아가씨인 앨리스가 그 인물이다. 아주 어린 소녀가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고, 또 그에 빠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그 낭만의 실체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사소한 과거의 집착과 열등감, 고정관념을 가진 10대 후반 소녀가 저지르게 되는 실수와 자기합리화 모습을 수차례에 걸쳐 묘사한다.

이후 시리즈에서도 작가 매리온 채스니는 인간군상을 부류별로 면밀히 관찰한듯, 여러 인물을 통해 우리가 그런 사람 중 하나는 아닐지 돌아보게 한다.

아직 전 시리즈가 번역되지 않았지만 일부 약간 어색한 술어 사용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번역이 우수하다. 본 서의 서술 방식이나 단어 선택 때문에 크게 피로감을 주지 않아 가볍게 독서습관을 들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아주 좋은 시리즈이다.

부디, 무사히 전 시리즈가 발간되고 흥행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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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제라르 드 네르발 (Gérard de Nerval)

국적 : 프랑스
번역 : 이준섭
출판 : 지식을만드는지식
출간 : 원작 1855년 - 번역 2013년

페이지수 : 136
원서 : Aurélia ou le rêve et la vie(오렐리아 혹은 꿈과 삶)





책소개


20세기 들어서 재조명 받은 프랑스 서정시인의 자전적 소설이다. 광증상태에서의 몽상과 환영들을 내용으로 넣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광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작품이다.



책 속의 문장


|무심결에 내가 미친듯이 탕진한 삶에 대한 심각한 회한을 사랑의 추억으로 미화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 ̄ ̄ ̄ ̄ ̄ ̄ ̄ ̄ ̄ ̄ ̄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작가는 정신질환을 앓던 사람이다. 물론 그는 그러한 상태가 오히려 활력넘치고 더 명확함을 가져다 준다고 말하곤 했다.

본 작품은 분류가 애매하기 그지없다. 해설에도 이준섭 전 교수에 의해 설명되어 있듯이 거의 네르발 본인의 이야기이기에 시각에 따라서는 에세이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광증상태에서의 몽환적 환영을 말하고 있음으로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
상기 서술에서 알아차릴수 있겠지만, 페이지수가 많지 않음에도 읽기가 수월하지 않은 작품이다. 대부분 챕터가 연결이 명확하지 않고 주로 그때그때의 느낌과 환상을 묘사하고 있고, 단어 선택도 각종 신화를 차용함에 따라 가독성이 높지 않고 그냥 슥하고 읽으면 한동안 이 작품이 받았던 평가대로 엉망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20세기 재평가 과정대로 사실 일정한 결론을 귀결하기 위한 전개가 분명히 있고 해설을 참고하여 읽어볼 경우 그의 감정을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실제로 사랑한 여배우의 죽음에서 촉발되었을 이 작품은 전반적인 회한과 결핍이 담겨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자신이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어머니의 형상을 여신 이시스의 형태로 만난다. 그리고 그는 용서를 받는데(물론 상상속에서), 이후 그의 자살과 연계된 흐름이라 생각한다.

책 속의 문장에서 소개한 문구는 작품속 순간 나오는 굉장히 현실적인 성찰에 의한 구절이다. 본 리뷰에서 그를 광인으로 소개했지만 책의 원제에서 볼 수 있듯이(오렐리아 혹은 꿈과 삶) 마냥 광적인 삶의 반영은 아니다. 그의 결핍(어머니)과 피폐하고 흘려보낸 시절에 대한 죄책감을 용서받기 위한 여정이 환상으로 표현되었다. 그의 삶을 지배했을 그러한 감정은 결국 그를 자살로 이끄는 원인이 된게 아닐까?

해설을 읽고 작품을 찬찬히 음미해본다면 광인의 머릿속이란 실상 우리와 큰 차이가 없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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