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Archive :: '도서 소개/소설(일반)' 카테고리의 글 목록

'도서 소개/소설(일반)'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22.01.03 베어타운 (Beartown)
  2. 2018.07.07 나비의 무게 (Il peso della farfalla)
  3. 2018.06.09 이방인 (L'Étranger)
  4. 2018.05.24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작가 :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

국적 : 스웨덴

번역 : 이은선

출판 : 다산책방

출간 : 원작 2016년 - 번역 2018년

 

페이지수 : 565(번역판 기준)

원서 : Björnstad

 

 

책소개

 

조그만 하키타운인 베어타운이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하키에 관한 스포츠소설이 아닌 작고 다소 고립된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정극이다.

책의 첫머리와 표지소개에 서술된 것처럼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담은 책이다. 상당한 두께가 말해주듯 작은 스포츠타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라고 운을 띄웠을 때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가 담겨있다(어쩌면 그 이상). 전개는 충실하게 묘사되어 있고, 처음에 무겁게 시작함에도 중간에 하키경기의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작은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구성이 좋다. 결말도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학부모(특히 야구나 축구, 골프 등의 유소년 종목을 하는 자녀를 가진)라면 꼭! 한 번 읽어주었으면 하는 추천도서이다. 단순히 하키를 하는 학생들을 통한 생존경쟁의 두려움만을 그린 것이 아닌, 결과적으로 선수가 되지 못했을 때의 어려움을 부모세대를 통해서 같이 그려내고 있다. 이외에도 양육방식에 대한 의문제기도 도와주는 훌륭한 도서이다.

 

 

저술 시기 및 배경

 

이 책은 작가가 겪은 1980~현대의 스웨덴에 대한 배경을 아는 것이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된다.

스웨덴은 기본적으로 북유럽 복지국가라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한동안 많이 퍼졌던 평등주의에 대해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힘을 쏟았던 국가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친난민 정책으로 수많은 무슬림이 정착한 유럽국가 중 하나이다. 

스웨덴은 부모에게서 유독 빨리 독립하는 나라로 유명하다(19세정도). 무상교육이 뒷받침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동성혼이 합법화된 국가로, 설문에서는 99%가 찬성한다고 한다. 북유럽 국가다보니 아이스하키가 우리나라의 야구와 비슷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

각각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적을 수 있겠지만 위 내용정도만 알고 읽어도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책 속의 문장

 

|···종교때문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둥, 총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둥, 다 똑같은 개소리잖아!|

 

|증오는 매우 자극적인 감정일 수 있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친구와 적, 우리와 그들, 선과 악으로 나누면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훨씬 덜 무서워할 수 있다. 한 집단을 똘똘 뭉치게 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어렵다. 요구사항이 많다. 증오는 간단하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 자신과 똑같은 부류에 둘러써여 자신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부류하고만 대화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다. 뭐든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은 도덕 강의를 더 쉽게 늘어놓을 수 있는 법이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토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리뷰에도 다소 간의 책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개략적 줄거리 : 

 

베어타운이라는 조그마한 시골마을은 하키타운이다. 그 곳의 여흥과 관심사는 대부분 하키에 있다. 이는 청소년팀과 성인팀을 가리지 않는다.

케빈이라는 기록적인 유망주의 활약으로 시골구석의 베어타운 청소년팀은 대회의 준결승을 앞두고 있었다. 이 시골마을의 팀이 준결승까지 오른데에는 케빈과 벤이, 보보, 뤼트 등의 핵심 선수들이 이탈하지 않고 어릴 때부터 같이 손발을 맞추며 자라게한 다비드 코치와, 이 마을 출신의 전직 NHL 선수 페테르 단장, 이 둘의 스승인 수네의 10여년 간의 공이 들어간 결과다.

얼핏 청소년들의 기적적인 스토리로 보이는 뒷면에는 청소년팀의 활약을 통해 낙후된 마을에 각종 인프라를 유치하고자 하는 후원자들의 계산속이 있다.

케빈은 뛰어난 선수이지만, 그는 하키단의 막대한 후원자인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인생 플랜'을 통해 철저하게 키워졌다. 부모보다는 절친이자 하키단 동료인 벤이에게 더 의존한다.

사실 하키단은 케빈과 벤이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대단한 실력들이 아니다. 따라서 준결승의 승부도 만만치 않을 것을 다비드 코치는 알고 있다. 전체적으로 속도가 떨어지는 팀을 걱정하는 그의 앞에 난민 출신의 아맛이라는 소년을 수네가 알려주고 그를 선수단에 넣게 된다.

준결승에서 베어타운 하키팀은 극적으로 이기고 아맛도 활약하게 된다. 마을은 축제분위기에 휩싸이고, 후원자들은 우승까지 바라보게 되고, 이에 따른 하키 아카데미 유치 등 수많은 기대를 가지게 된다.

준결승의 승리 후 케빈은 집에서 몰래 파티를 연다. 엄격하게 자란 그만의 유희였다. 여기서 케빈은 페테르 단장의 딸(마야)과 관계를 가지려하지만, 마야는 거부하고 결국 성폭행을 저지른다. 이를 아맛은 목격하게 된다.

마야는 괴로워하다가 절친인 아나와의 대화 끝에 케빈을 신고하고, 케빈은 결승전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경찰에 잡혀간다. 결승에서 베어타운 하키팀은 벤이의 리더쉽과 아맛, 필리프 등이 활약으로 선전을 펼치지만 끝내 1점차로 패배한다.

결승전 승리에 많은 것이 걸려있던 베어타운 하키팀의 후원자들은 이에 좌절하고 마야와 그녀의 가족들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쭉 케빈과 함께자란 하키팀 일부 멤버들은 마야의 집에 테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벤이와 아맛, 지역 술집 사장 라모나 그리고 마야의 부모님 등의 행동은 마야와 그 부모를 원망하던 사람들의 반성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성폭행 사건 자체는 증거부족으로 무혐의 처분된다.

책의 초반에 나오는 숲에서 방아쇠를 당기는 이야기는 엔딩 부분에서 의문이 풀린다. 하지만 여기서는 적지 않겠다.

 

 

 ̄ ̄ ̄ ̄ ̄ ̄ ̄ ̄ ̄ ̄ ̄ ̄ ̄ ̄ ̄ ̄

 

리뷰 : 

 

이 책은 매우 불편한 여러가지 주제들을 페이지 수만큼이나 많이 담고 있다. 청소년 성범죄, 동성애, 난민, 마녀사냥, 지역쇠퇴 등등.

위에서 서술한 개략적 줄거리는 정말 책의 수많은 주제 중 메인 흐름만 적은 내용으로 실제로는 각 인물들의 수많은 갈등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웨덴은 심하다 할 정도의 좋은 이미지를 가진 나라이나, 이 책에서는 사람사는 곳이라면 보편적인 문제점들은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다. 친화적인 난민 수용정책, 동성혼 합법, 개방적인 성문화 등을 가지고도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말이다.

특히 이 책에서 잘 묘사된 부분은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묘사와 정황묘사이다. 세세한 의식의 흐름도 묘사하고, 그러한 생각들이 딱히 여성이어야, 성폭행 사건을 겪어야 드는 생각이 아니라 누구나 힘든 일을 겪을 때 할 수 있는 생각을 서술하여 포괄적인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스포츠 선수인 동성애자의 갈등과, 프로가 되지 못한 운동선수들의 취업과 생활 등은 한국에서 아이를 스포츠 선수로써 키우는 부모라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 매우 많다. 내가 소설 속의 이 부모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내 아이가 결국 이러한 길을 걷게되는건 아닌지 등 던져볼만한 질문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워킹맘으로서의 고충과 자녀와의 대화를 고민하는 부모를 묘사한 부분에서 자신이 실천하지 못하는 수많은 부분들을 찾아내리라 생각한다.

책 속의 문장에 서술한바처럼 인간자체보다는 타성적으로 수단을 탓하는 세태 또한 잘 묘사했다(총이 전쟁을 일으킨다, 종교가 전쟁을 일으킨다). 한국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퍼거슨이 말한 'SNS는 인생낭비'도 그저 도구를 비난한 생각없는 문장이다. 무엇이든 사용자가 문제를 쥐고 있다(SNS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다른 것으로도 언제든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주제를 던지지만 각 주제에 대해 모두 답을 하고 있지는 않다. 개인에게 넘기는 부분도 있고, 은유적으로 답하는 부분도 있다. 물론 모든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렇다면 너무 엄청난 작품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항상 나쁜 부모를 묘사할 때 인용되는, 시험에서 단 한 문제를 틀린 아이에게 '그 하나는 왜 틀렸니?'라고 말하는 대사 부분은 그리 공감하지 못했다.

물론 격려없이 오로지 틀린 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나쁜 부모겠지만(책에서 묘사된), 학업에서 저러한 피드백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온갖 매체에서 저 대사가 악 그자체인거 마냥 묘사되는 것은 아쉽다(물론 요즘엔 다 학원에 그 역할을 맡기니 부모는 좋은 소리만 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이외에도 일부 낭만적인 시골마을의 '정'같은 묘사나(물론 단점도 많이 말했지만), 딱봐도 작가와 반대의견만 말하는 캐릭터들은 마치 이것은 작가 생각이 아니에요!라고 외치는 느낌마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책 속의 문장에 적은 '자신과 똑같은 부류에 둘러써여 자신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부류하고만 대화하며..' 이 대사에 격하게 공감했는데, 가끔 우리 주변에는 같은 정치성향 혹은 같은종교를 가진 사람하고만 만나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 완벽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나의 생각, 나의 환경도 결코 완벽한 것이 아니기에 다른 생각과 이야기도 들어보며 자신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 그게 힘들다면 이런 민감한 이슈를 던지는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절대, 극단적으로 어떤 쪽이 옳다거나 어떤 쪽을 옹호하는 책이 아니라 그냥 다양한 문제가 소개된 소설이다. 넓은 사고를 위해 추천할만한 도서이다.

 

 

참고

 

- 스웨덴의 역설적인 부분을 그려낸 작품이지만 그냥 한 편의 드라마 스토리 정도이다. 극심한 사회 문제 제기까지는 아니다.

- 번역에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번역은 생각보다 점잖(?)고, 일부 단어는 번역 시기에 비해 한국에서 철지난 단어로 되어있어서 약간 느낌이 이상했다. 

'도서 소개 > 소설(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의 무게 (Il peso della farfalla)  (0) 2018.07.07
이방인 (L'Étranger)  (0) 2018.06.09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0) 2018.05.24
Posted by Regin
,

작가 : 에리 데 루카(De Luca, Erri)

국적 : 이탈리아
번역 : 윤병언
출판 : 문예중앙
출간 : 원작 2009년 - 번역 2012년

페이지수 : 156
원서 : Il peso della farfalla



 

책소개


산 속에서 살아가는 밀렵꾼과 산양을 주제로 한 이야기이다. 담담한 문체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자연의 순환 안에서 대립과, 동시에 무척이나 닮은 삶을 사는 밀렵꾼과 산양왕의 겨울로 접어드는 무렵의 이야기이다.

 

 

책 속의 문장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기껏해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정도다.

 

 

완벽한 날이었다. 더 이상은 아들 중 하나를 때려눕힐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죽기 위해서 겨울이 오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무언인가에 도움이 되는 유일한 앎은 현재를 아는 것뿐이었다. 인간은 현재에 사는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번에는 나비를 쫓아버릴 수가 없었다.

 

|나비의 무게가 그의 텅 빈 한 줌의 심장 위로 떨어졌던 것이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리뷰 부분은 줄거리 아래 구분선으로 나눠져있으니 스토리를 원치 않는 분들은 리뷰만 읽어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산양왕은 어릴 적 부모를 사냥꾼에게 잃고 떠돈다. 그의 누이도 독수리에게 잃고, 홀로 떠돌다가 한무리를 찾아가 결투에서 승리하고 우두머리가 된다.
남자는 폭풍과도 같던 젊은 시절을 보내고, 어릴 적 지내던 곳으로 돌아와 사냥으로 생활하며 지낸다. 60에 가까운 남자는 겨울이 시작되기 전인 9월부터 자신의 몸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겨울의 초입인 11월에 그는 산양왕의 마지막 계절이 될 것을 예상하고, 산양왕을 잡고자 한다. 그리고 여름부터 끈질기게 '최후의 밀렵꾼'에 대해 취재하고자 한 여기자 또한 자신의 오두막에서 만나기로 한다.

 

산양왕은 자신의 마지막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최후를 맞이하려고 한다.

 

사냥꾼은 올 겨울의 마지막 사냥을 하고자 산에 오른다. 적당한 곳에 위치한 채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든다.

 

산양왕은 자신의 부모의 원수인 사냥꾼을 발견한다. 가볍게 소리를 내어 사냥꾼이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 뒤 사냥꾼을 향해 뛰어오른다. 하지만 사냥꾼을 짖밟지 않고 도약하여 건너뛰면서 절벽아래로 사뿐히 내려온다. 모든 산양들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산양왕은 완벽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돌연 다시 절벽을 오른다.

 

산양왕의 기습에 당황했던 사냥꾼은 산양왕이 다시 절벽을 오르자 총을 쏘아 맞춘다. 갑자기 그는 자신을 살려준 산양왕을 죽인 것에 크나큰 후회를 한다.

쓰러진 산양왕의 시체가 파먹히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사냥꾼은 산양왕을 짊어지고 만년설원으로 향한다. 도중에 나비가 살포시 산양왕에게 내려앉는다. 사냥꾼은 더이상 나비를 쫓아낼 수가 없었다.

 

 ̄ ̄ ̄ ̄ ̄ ̄ ̄ ̄ ̄ ̄ ̄ ̄ ̄ ̄ ̄ ̄

 

페이지수는 짧지만 이야기는 밀도있게 진행된다. 책읽기 습관을 들이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중편 소설을 추천한다.

 

등장인물은 실질적으로  산양왕과 사냥꾼 뿐이다. 각각 자연과 인간을 대표하는 둘은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들의 세계에서 외톨이이자 외골수인 둘은, 각자 배신의 흔적인 복부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삶의 무게를 다루는 모습에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나타난다. 산양왕과 사냥꾼의 대결에서 결국 자연 속의 사람일 수 밖에 없음을 묘사한다. 항상 인본주의적인 관점이 많은 서구권에서 드문 소설이다.

 

서문에 작가가 직접 밝히듯 작중에 나오는 나비는 삶의 무게를 의미한다. 작가의 삶에 대한 고찰을 엿볼 수 있는 이 표현은, 우리가 그토록 고뇌하고 치열하게 산다고 여기는 삶에 대하여 나비 한마리의 무게로 표현한다. 우리의 삶이 그처럼 가벼운 것이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어떤 순간엔 그 무엇보다 무거운 무게임을 묘사한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슬픈 사실은 사냥꾼과 산양왕은 그들의 경험을 끝끝내 공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마지막 산양왕을 쓰러뜨린 사냥꾼은 드디어 여기자에게 무슨 이야기(아마도 자연과 삶에 대한)를 들려줄지 결정하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어쩌면 외골수에 어울리는 최후일지 모르겠다.

 

우리의 삶 속에서 쉽사리 볼 수 없지만, 틀림없이 어딘가 존재하는 한 삶의 형태를 담담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참고

 

- 작가는 성경 번역자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품 중간에 종교적 색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간혹 이런 부분이 조금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는데(심지어 연금술사마저 종교적 거부감을 가진 사람에게 경고해야 하지 않냐는 글도 봤다), 작품을 그러한 편견을 가지고 보는 것보다는 문화적 관점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 작가가 직접 한국어판 서문을 달아줬다. 에리 데 루카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뒤늦게 데뷔한 늦깎이 작가이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국민작가로 불린다고 한다.

 

- 등반가이기도 한 에리 데 루카의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소설과 별개로 뒤에 등반 중 보았던 것에 대한 이야기가 에세이식으로 적혀있다. 해설 또한 작품의 감성을 따라 잘 적혀있다.

'도서 소개 > 소설(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어타운 (Beartown)  (0) 2022.01.03
이방인 (L'Étranger)  (0) 2018.06.09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0) 2018.05.24
Posted by Regin
,

작가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국적 : 프랑스
번역 : 최헵시바
출판 : 더클래식
출간 : 원작 1942년 - 번역 2012년

페이지수 : 149
원서 : L'Étranger




책소개


자기 스스로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과 자신에 대한 것을 기만하지 않고 솔직히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될까? 물론 이 책은 이런 것에 대한 현실적인 답변을 주진 않는다. 관습과 부조리 속에 얽매인 우리에게 많은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책 속의 문장


|엄마의 장례식 날도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으며, 확실한 것은 엄마가 죽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뿐이었다.


옷 위로 드러난 그녀의 어깨를 껴안고 싶었다. 그 얇은 천에 욕망을 느꼈다. 이런 것말고 어떤 것에 희망을 가지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나와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주인공 뫼르소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소설은 그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는 절차와 과정에 피곤함을 느끼는데,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휴가를 내었을 때 짜증을 내던 상사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한다. 장례식 중 어머니의 나이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피곤한 장례식이 모두 끝난 바로 다음날 그는 평소 호감이 있던 마리와 데이트를 하고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같은 건물의 살라마노 영감이 아끼던 개가 탈출하고, 그에게 몇가지 조언하고 얘기도 듣게 된다.


친구인 레몽, 연인인 마리와 함께 마송 부부의 별장에서 해수욕을 한다. 그 와중에 레몽이 때렸던 아랍여인의 형제가 그들의 뒤를 쫓아왔음을 알게되고 싸움이 붙는다.


상황이 정리된 이후 이에 지친 뫼르소는 레몽이 쏘지 못하게 뺏었던 권총을 가지고 다시 혼자 산책을 가다가 그 아랍인을 다시 해변에서 만나고, 총을 쏘게 된다.


2부에서는 뫼르소가 체포되고 그가 해왔던 일련의 행동들이 해석의 대상이 된다. 그는 인생에 대한 무가치를 알기에 변호사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물었을 때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한다. 예심판사 앞에서도 그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았기에 호감을 사지 못한다.


재판에서 심지어 검사는 장례식에서 뫼르소가 울지 않고, 담배를 피고, 커피를 마신 것을 가지고 존속살해범과 다를게 없다는 주장을 한다. 변호사는 장례식으로 기속 된 것인지 살인으로 기소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에 검사는 뫼르소가 장례식에서 보인 냉혹함이 어머니를 마음으로 죽인 것과 같다고 말하며 배심원단의 동요를 끌어낸다. 이에 뫼르소를 그저 모든 것이 태양때문이었다고 답함으로서 그의 사형은 확정된다.


형집행 전까지 그는 배속 성직자의 면회를 계속 거부한다. 사제는 별도로 몰래 뫼르소를 찾아와 회개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뫼르소는 자신의 확신(죽음에 대한)에 대한 열변을 사제에게 토한다. 자신과 세계가 무척 닮아 마치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하며 책은 마친다.


 ̄ ̄ ̄ ̄ ̄ ̄ ̄ ̄ ̄ ̄ ̄ ̄ ̄ ̄ ̄ ̄

자신에 대하여 거짓을 말하지 않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작중 뫼르소는 타인의 호감을 얻기위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연인인 마리가 하는 사랑에 대한 질문에서조차 의례적인 거짓도 말하지 않고, 심지어 변호사와 판사 앞에서조차 자신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그는 사형을 받게 된다.


증인들이 뫼르소에 대해 증언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깊다. 뫼르소와 가까웠던 인물을 모두 그에 대하여 호의적인 발언을 하는데, 이는 단순히 그와 가까웠기에 비호하는 발언이 아니다. 뫼르소가 그들을 솔직하게 대했던만큼 그들도 사실에 대해 말할 뿐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볼 수 있듯, 뫼르소는 관습에 어긋났기에 검사에게 잔혹한 사람으로까지 묘사된다. 얼마나 솔직하지 못한 일일까? 장례식은 매우 무덥고 갑작스러웠다. 부모의 죽음에 눈물을 쏟지못하고 현실적으로 행동하는게 무조건적인 비판의 대상인가? 대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눈물을 쏟냐 안쏟냐가 어떻게 판단의 첫번째 기준이 될 수 있나? 뫼르소가 요구받는 참회는 대체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뫼르소가 무조건적인 옹호의 대상만은 아니다. 이는 그가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뫼르소가 타인들이 얽매이는 위선과 편견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책은 세상의 구태의연한 관습과 부조리함을 비판하는 동시에, 삶 자체는 의미가 없기에 그것을 부정하고자 끊임없이 이유를 만들어내는(대표적으로 작중에서 회개를 강요하던 종교) 것보다는 현재의 삶의 충실한 뫼르소를 비춘다.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비록 의식적으로 행하는게 아닐지라도)은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뛰어난 가치로 보였다. 세상의 편견과 구태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은 카뮈가 말했던 것처럼 성자로 보이기까지 했다.


현대 사회의 관습과 부조리는 언제나처럼 아직도 살아숨쉰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 뫼르소의 솔직함을 넘어선 약간의 현실적이지 못한 모습조차 그를 더 지지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항상 무심하다. 뫼르소처럼.



참고


-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카뮈의 대표작이기에 문학수업의 단골로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책의 '해설과 이해'에 대한 얘기가 무척 많은 작품 중 하나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유명 소설과 고전에 해당하는 얘기일 것이다. 소위 책의 '이해'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너무 그것에만 집착하면 진정한 독서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이방인의 주제는 우화소설이나 고대 신화서처럼 꼭 해설이 필수인 것만은 아직까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와 같이 적긴했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그냥 판타지이고, 연금술사는 자기계발서고, 노인과 바다가 그냥 노인이 고기낚다가 망한 일기(..)로 읽힌다면 평소 의도를 읽지 못하거나 경험이나 독서량에 맞지 않은 도서를 택한 것이므로 해설을 읽은 뒤 열린 마음으로 읽길 바란다.


- 번역 논란이 심했던 책이다. 물론 이 판본 얘기는 아니고,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본을 내면서 기존 번역자를 비판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논란을 떠나서, 문학을 분석하는 사람에게는 정밀한 번역은 의미있는 이야기이지만, 번역된 수많은 책 대부분이 도서의 전체적 메세지를 정말 크게 뒤바꿀 정도로 오역한 경우는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일전의 논란은 그냥 힘겨운 도서 시장의 노이즈마케팅이 아니었나 싶다. 

'도서 소개 > 소설(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어타운 (Beartown)  (0) 2022.01.03
나비의 무게 (Il peso della farfalla)  (0) 2018.07.07
노인과 바다 (The Old Man and the Sea)  (0) 2018.05.24
Posted by Regin
,

작가 :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국적 : 미국
번역 : 베스트트랜스
출판 : 더클래식
출간 : 원작 1952년 - 번역 2012년

페이지수 : 164
원서 : The Old Man and the Sea




책소개


출간 연도를 고려한다면 아주 오래되었다고 하기 힘듬에도 사람들이 주저없이 고전이라 부르며, 퓰리처상과 노벨상을 수상했듯이 구태여 미사여구가 필요없는 책이다. 하지만 절대 내용이 화려하기 때문이 아니다. 한 늙은 어부의 며칠간 이야기일 뿐이다. 나날의 삶에서 비애와 괴로움을 느끼는 모두에게 건네는 이야기이다.



책 속의 문장


|지금까지 수천 번이나 그것을 증명했지만, 지금 와서는 그게 다 무의미한 것 같았다. 그래서 노인은 지금 또다시 새롭게 증명해 보이려는 것이다. 증명은 늘 처음 하는일 같았고, 그럴 때 과거의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은 훌륭한 새나 짐승과 비교할 바가 못 돼.


|나는 죄가 뭔지 잘 모르겠고 또 그런게 있다고 믿고 있는지도 확실하지가 않아.


|···. 하지만 지난밤에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뱉었는데 마치 가슴께 어디가 깨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작품 리뷰 
- 내용을 상당수 포함하므로 유의하여 주십시오.


개략적 줄거리 :


산티아고라는 한 늙은 어부가 84일이나 고기를 잡지 못했다. 그는 근근히 살아가는 늙은 어부일 뿐이고, 그를 챙겨주는건 동네 꼬마 아이 하나 밖에 없다.


85일째 되는 날, 어부는 평소 가보던 곳보다 좀 더 멀리까지 나간다. 새들을 보면서 고기들이 몰리는 위치를 파악하고 쫓는다. 다랑어 한마리를 잡고, 이후 그는 입질이 온 쪽을 살피다 거대한 녀석이 걸렸음을 알아챈다. 


미끼에 물린 거대한 청새치는 노인의 배보다 컸다. 노인은 수일 밤낮을 여기저기 상처 입으며 거대한 물고기와 씨름한다. 하지만 결국 힘이 다한 청새치는 마지막 순간 노인의 배 위를 점프하여 건너뛰고 죽는다.


수백킬로그램의 청새치를 배 옆에 묶고 항구로 돌아가지만, 가는 길에 피냄새를 맡고 몰려온 수많은 상어에게 청새치는 살점을 다 뜯어 먹히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채 항구에 도착한다.


도착한 노인은 너무나도 지쳐 한참을 잠들었다 깬다.


이야기는 위와 같이, 아니 그보다 더 짧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2 ~ 3줄로 요약될 이야기이다.


 ̄ ̄ ̄ ̄ ̄ ̄ ̄ ̄ ̄ ̄ ̄ ̄ ̄ ̄ ̄ ̄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꾼다. 언제부턴가 다른 꿈은 거의 꾸지 않고 사자꿈만 꾼다. 노인은 사자를 좋아했다. 노인은 야구도 좋아했다. 책 속 에서 그는 끊임없이 위대한 디마지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인은 자신을 챙겨주는 마놀린이라는 꼬마도 좋아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큰 물고기를 잡았지만 혼자서는 이렇게 큰 청새치를 잡은건 처음이었다. 어부로써 그는 끊임없이 증명해왔지만 또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에게 잡은 청새치를 거의 모두 잃고, 실질적으로 그에게 남은건 없었다.


우리의 삶은 어부 산티아고와 같다. 우리는 매일 나름의 치열한 삶을 산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나름대로의 힘들고 거대한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결과만 보면 남은게 없어보인다. 어부의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청새치처럼 무언가 남았지만 원래 내가 보았던 그것은 없다.


노벨상 수상 때 스웨덴 한림원은 폭력과 죽음으로 가득한 현실세계에서 의로운 투쟁을 전개한 모든 사람에게 의당한 존경심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문체가 간결하고, 내용도 화려하지 않고 꼬지도 않았다. 순수하게 산티아고의 의식과 투쟁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조명했다. 그는 매우 자주 그 꼬마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로 되뇌이고, 디마지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실질적인 생각외엔 모두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인간의 외로움과 투쟁을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최대한 크게 표현했다.


많은 책들은 수많은 배경과 인물과 설정을 쏟아넣는다. 일정 부분은 다 그럴 것이다. 그에 반해 노인과 바다는 매우 현실적인 어부의 일상을 썼다(실제 이야기의 모토도 헤밍웨이가 봤던 한 늙은 어부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큰 반향을 준 것은 우리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투쟁에 산티아고의 모습을 겹치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책의 마지막 부분쯤 산티아고는 가슴께 어디가 깨진거 같다고 한다. 이 책은 헤밍웨이가 발표한 마지막 작품이다.



참고


- 발표된지 1년만에 퓰리처상을 받고, 2년만에 노벨상을 받았다.


- 베스트트랜스에서 한국어 느낌에 맞게 번역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가독성은 그 어느 판본보다 괜찮다. 하지만 다른 번역본을 읽은 상태에서 읽게되면, 다른 책이라 생각될 만한 부분도 있다.

'도서 소개 > 소설(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어타운 (Beartown)  (0) 2022.01.03
나비의 무게 (Il peso della farfalla)  (0) 2018.07.07
이방인 (L'Étranger)  (0) 2018.06.09
Posted by Regin
,